KBS 제공'지방소멸'. 인구 감소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방의 상황을 나타내는 말이다. 올해 3월, 한국고용정보원은 전국 지자체 중 절반에 해당하는 113곳을 소멸위험지역으로 지정했다. 이곳은 저출생, 고령화 지역으로 인구유입 등 다른 변수가 없는 한 약 30년 뒤에는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이 소멸한다는 이 낯선 말은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현실이 될까.
29일 KBS 1TV '시사직격-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편에서는 30대 두 여성 PD가 소멸위험지역으로 지정된 자신의 고향을 찾아가 지방에 닥친 내밀한 현실을 여과 없이 들여다보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본다.
나의 고향, 지방이 처한 현실
KBS 제공이이백 PD의 고향인 충남 당진시 순성면. 당진시는 철강 산업 중심으로 발전하여 2012년에는 시 승격까지 이뤘으나 현재는 소멸위험지역이다. 어린 시절, 각종 학원과 가게들로 활기를 띠던 거리였으나 현재 상가들은 빈 지 꽤 오래돼 보였다. 곳곳에 붙어있는 임대 현수막은 소멸에 대한 경고를 주는 듯했다.
또 다른 소멸위험지역 강원도 홍천군은 어떨까. 관광산업이 발달한 홍천군 또한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박영미 PD의 고향인 홍천군 영귀미면은 도착 후 한참을 가야 사람을 마주칠 수 있었다. 자주 놀러 다녔던 친구의 집은 폐가가 되어있었고 몇 달 전엔 80년 된 초등학교마저 없어졌다. 현재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조차 없는 상황이다. 졸업앨범을 가득 채웠던 나의 친구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시골에 들어와 보니까 병원도 멀어 내가 병이 나면 죽을 거 같아 그러니까 도로 나가는 거야." (강원도 홍천군 주민)
"축구를 할 수 있는 남학생 수가 안 나오는 거예요." (순성중학교 교장)
"여기에 대한 어떤 대안이 나오지 않는 한 우리 농업농촌은 한마디로 얘기하면 말살 될 것 같아요." (당진시 순성농협 조합장)
청년들은 어디에?
KBS 제공저출생과 고령화로 지방에 인프라가 감소하자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났고 이것은 또다시 인프라의 감소를 초래해 청년인구의 수도권 유출을 가속화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고 청년들이 지방에 정착해 살기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두 PD는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동창들에게 연락해 그들의 거취를 파악해보았다. 고향을 떠난 청년, 고향에 남아있는 청년,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속내를 들어보았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 지금 그곳에 살고 있을까.
"홍천에 내가 가진 경력으로 할 수 있는 직장이 생기면 거기서 생활도 하고 잘하면 결혼도 하고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박영미 PD 친구)
"확실히 일자리 선택의 폭이 좁아서 떠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전공 살리려면 (타지로) 나가야 되니까 고민이 많아요" (홍천군 'ㅂ' 워터파크 아르바이트생)
여성 일자리와 인구 이동
KBS 제공
소멸위험지수란 65세 이상 인구 대비 20~39세 가임기 여성인구의 비율이다. 20-39세 여성인구가 소멸위험지역을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는 셈이다. 지방의 청년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들이 내놓는 수많은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PD가 만난 여성 청년들은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수도권으로 가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당진시의 인구유출을 막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 철강산업단지에서도 여성 일자리는 남성에 비해 현저하게 부족했고 그나마 단기 계약직과 비정규직 위주로 고용되는 실정이다. '시사직격'은 지방의 인구감소를 여성의 일자리 관점에서 분석해보았다.
"정규직으로 일하게 되면 여기에 뿌리를 내리게 되는 거고 수요가 생기면 가장 문제인 교육과 의료가 들어오겠죠. 지금은 수요가 없잖아요." (당진 산업단지 내 여성 근로자)
"여성의 커리어에 지자체가 얼마나 투자하는가에 대한 지표만 가지고 평가해도 많은 것들을 개선할 수 있고 문제를 조금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2022년 인구 이동 보고서 '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편은 오늘(29일) 밤 10시 KBS 1TV '시사직격'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