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레라 아우어바흐. 세종솔로이스츠 제공여성 작곡가와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 토큰).
올해 5회째를 맞은 21세기형 클래식 음악축제 '힉 엣 눙크(Hic et Nunc) 페스티벌'(8월 16일~9월 6일·서울 일대)의 키워드다.
올해는 6개의 메인 공연과 1개의 사전 이벤트로 구성했다. 메인 공연은 △이화윤 피아노 리사이틀(8월 16일·일신홀) △힉엣눙크! NFT 살롱(8월 22일·일신홀) △임주희 피아노 리사이틀(8월 29일·롯데콘서트홀) △갈라 콘서트(8월 31일·롯데콘서트홀) △아우어바흐가 연주하는 아우어바흐(9월 4일·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스튜디오2021(9월 6일·서울대학교 미술관)이다.
메인 공연 연주곡 중에서는 여성 작곡가이자 지휘자, 피아니스트인 레라 아우어바흐(49)가 눈에 띈다. 이화윤은 리사이틀에서 아우어바흐의 '아케이넘'(신비), 임주희는 리사이틀에서 아우어바흐의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를 연주한다.
'힉 엣 눙크 페스티벌' 강경원 총감독은 8일 화상 간담회에서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다양성이 중요한 화두다. 올해 행사는 여성 연주자에 비해 덜 알려진 여성 작곡가를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아우어바흐는 감정적이고 강렬한 곡을 쓰는 작곡가"라고 했다. 임주희는 "여성 작곡가의 곡은 처음 연주하는 거라 의미가 크다. 같은 여성 피아니스트라서 느끼는 것이 더 많다"고 했다.
아우어바흐는 진은숙, 릴리 블랑제,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등과 함께 '20세기 이후 뛰어난 여성 작곡가'(워싱턴 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9월 4일 직접 국내 무대에 올라 자작곡 '슬픔의 성모에 관한 대화'와 모차르트 협주곡 제 20번을 연주한다.
시대 흐름에 발맞춰 동시대 새로운 기술과 음악을 접목하는 시도도 지속한다. 지난해 메타버스 공연에 이어 올해는 NFT를 발행했다. 시전 행사로 지난 6월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NFT NYC'에서 스티븐 김(세종솔로이스츠 단원)이 168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코벳'으로 녹음한 음원과 악기의 3D 이미지를 결합한 디지털 아트를 제작·판매했다.
제4회 '힉 엣 눙크(Hic et Nunc) 페스티벌 모습.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강 총감독은 "NFT 3개 버전 중 2개 버전은 완판됐고 1개 버전은 절반 가량 팔렸다. 우리 공연을 본 적 없는 관객이 유입되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오는 22일 '힉엣눙크! NFT 살롱'에서는 스티븐 김이 직접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한다. 클래식 음악 NFT 산업에 대한 전문가 토론도 열린다.
'힉 엣 눙크'는 라틴어로 '여기 그리고 지금'(Here and Now)을 뜻한다. 이름에 걸맞게 '현재'의 의미를 담은 축제다. 강 총감독은 "클래식 음악 축제 프로그램이 18~19세기나 약간의 20세기 음악에 치중돼 있는데, 이 같은 관행을 바꿔보고 싶었다. 현재를 이야기하는 축제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오는 31일 갈라 콘서트에는 현재 뉴욕 필하모닉 악장을 맡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프랭크 황, 첼리스트 사라 산암브로지오,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퀸트와 4명의 퍼커셔니스트가 무대에 오른다.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탄둔의 '엘레지: 6월의 눈', 차이콥스키의 '세레나데'를 연주한다. 정구호의 독창적인 미장센도 기대를 모은다. 이번 행사는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가 주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