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진 인적 쇄신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국정운영 기조와 인적 쇄신 요구를 거부하면서, 새출발을 다짐하며 비상대책위까지 꾸린 국민의힘 내부가 뒤숭숭하다. 지난 2개월 동안 내리 추락한 지지율에 대한 진단이나 반성도 찾기 어려웠던 회견 내용에는 아쉬움을 넘어서 탄식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 뒤 국민의힘에서는 '공식' 호평이 나왔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국정 전반에 관해 국민과 언론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잘 받들고 좇아가겠다는 자세는 바람직하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위기의식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상당하다. "최근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구체적으로 고칠 것인지 언급이 없는데, 결국 대통령 스스로는 책임이 없다는 말로 들린다(국민의힘 초선 의원)"는 것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인사 문제와 관련한 인적 쇄신 요구를 "국면 전환이나 지지율 반등이란 정치적 목적"으로 치부한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의원은 "지지율을 올려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대통령이 어떻게 정치 행위와 선을 그을 수 있냐"고 날을 세웠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인사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문제부터 짚어보고 있다는 말은 인사에 대한 해결책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는 걸로 들린다"며 "대통령실의 인사 풀이 좁은 게 반복해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쇄신 의지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려운 민생 상황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표현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민심에 예민한 정치인으로서의 모습 보다는 여전히 검찰 정체성이 남아있는 태도가 보인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켰다"고 자평한 것과 관련해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계속 노력하겠다'는 것과 '안정시켰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감히 내 집 마련을 꿈도 못 꾸는 국민들 입장에서 굉장히 다른 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노사 강경 대응을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표현은 '사건을 처리' 하는 검사의 인식만 드러냈다"며 "정치인에게 기대되는 역할,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 하겠다는 식으로 말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주변에 '서민을 위한 감각'같은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없는 게 문제(초선 의원)"라는 한탄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갖은 잡음 속에 비대위를 출범시키고 대통령과 당 지지율을 높이겠다고 분투 중인 당에 추진력이 붙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감지된다. 비대위는 당장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 효력 및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를 정지해달라며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인용 여부에 운명이 달려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대통령이 사과나 쇄신의 의지를 보였으면 당도 탄력을 받는 게 있을 텐데 안타깝다(초선 의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 본인이 반성하고 더 잘하겠다고만 말해도, 인적 쇄신을 안 하는 것이 면피될 수 있는데, 본인도 뭐가 문젠지 보고 있다고만 하고 인적 쇄신도 안 하겠다고 하니 당 혼자서라도 일단 뭐라도 변하는 모습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대국민 기자회견을 보고도 해소되지 않는 국민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당정의 조화만큼이나 견제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기일에 출석해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두고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불경스럽게도 대통령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의 직격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께서 어떤 정치적 발언을 하셨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말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