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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희비 엇갈린 여름 텐트폴 시장이 남긴 성과와 과제



영화

    [파고들기]희비 엇갈린 여름 텐트폴 시장이 남긴 성과와 과제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예년 수준으로 회복한 여름 시장
    200~300억원 대작 4편이나 쏟아졌지만 손익분기점 넘은 작품은 아직 1편뿐
    텐트폴 4편 희비 엇갈린 이유로 '콘셉트'의 명확성 꼽히기도
    성수기에 천만 실종된 원인으로 OTT·코로나 영향보다 작품 그 자체 들기도
    관객들 눈높이 높아지고, 평가 냉정해진 상황
    "감독 이름·스타 캐스팅 기대지 말고 콘텐츠로 승부해야"

    각 배급사 제공각 배급사 제공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모처럼 성수기를 맞은 여름 극장가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텐트폴 4편의 엇갈린 흥망성쇠는 앞으로를 위한 과제도 남겼다.

    6월 한국 기대작 '브로커' '헤어질 결심' 등을 시작으로 5월부터 이어진 '범죄도시 2'의 흥행, 이어 7월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텐트폴(투자배급사의 라인업에서 흥행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고 기대되는 영화) 4편이 개봉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모처럼 여름 극장가가 성수기 분위기를 되찾았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여름 성수기 시작인 6월부터 8월 21일까지 통계에 따르면 올여름 한국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은 모두 2586만 906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시기 총관객 수(2734만 2160명)와 불과 147만 3098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영주 기자최영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

     
    지난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띄어 앉기와 영업시간 제한 해제는 물론 극장 내 취식까지 허용돼 침체했던 극장가는 회복의 물꼬를 틔웠다. 이후 5월 18일 개봉한 '범죄도시 2'가 여름까지 흥행을 이어가며 2019년 '기생충' 이후 3년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여름 성수기 시장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실제로 코로나가 한창인 와중 '반도' '강철비: 정상회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이끈 2020년 여름과 '모가디슈' '방법: 재차의'가 힘겹게 보냈던 2021년 여름과 비교하면 올여름은 3년 만에 천만을 넘은 '범죄도시 2'를 비롯해 '브로커' '헤어질 결심' 등은 물론 텐트폴 '외계+인' 1부,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가 연달아 개봉하며 모처럼 풍성한 성수기를 맞았다.
     
    한국 영화 관객 수만 놓고 봤을 때 2020년 6월부터 8월 21일까지 1437만 2709명, 2021년 같은 기간 707만 5195명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아진 수치다.
     
    김형호 영화산업분석가는 CBS노컷뉴스에 "한국 영화만 놓고 보면 2019년 시장과 비교해 전체 관객 수가 대략 200만 명 정도 적지만 예년과 비슷해졌다"며 "외화 경쟁 없이 한국 영화가 2019년 대비 95% 성과를 거뒀다. 일부 텐트폴 작품들의 흥행 실패로 망한 것처럼 보이지만, '착시 효과'일 뿐 실제로 시장 자체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각 배급사 제공각 배급사 제공 

    200~300억원 대작 개봉했지만 손익분기점 넘기도 힘들어

     
    올해는 200~300억원의 거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텐트폴이 무려 4편이나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며 여름 시장을 겨냥했지만, 현재까지 손익분기점조차 넘긴 작품은 '한산: 용의 출현' 단 1편뿐이다.
     
    가장 먼저 성수기 경쟁에 뛰어든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는 제작비 360억원 가량이 든 대작으로, 손익분기점이 약 730만명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53만 1346명(21일 기준)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 '암살' 등 흥행 불패 신화를 써온 최동훈 감독의 작품인 만큼 흥행 부진에 이목이 쏠렸다.
     
    한재림 감독이 선보인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이자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심을 모았던 '비상선언'(제작비 약 300억원) 역시 200만명을 넘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긴 힘들어 보인다. '비상선언'의 경우 일각에서 '역바이럴'(특정한 인물이나 경쟁사 제품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퍼트려 공격하는 행위) 의혹을 제기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텐트폴 4편 가운데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넘은 '한산: 용의 출현'(제작비 약 312억원)과 개봉 2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는 '헌트'(제작비 약 250억원, 손익분기점 약 417만명)가 올여름 선방했다.

    2022년 영화 온라인 시장 전망 캡처2022년 영화 온라인 시장 전망 캡처2022년 영화 온라인 시장 전망 캡처2022년 영화 온라인 시장 전망 캡처 

    천만 영화 사라진 성수기

     
    '범죄도시 2' 천만 돌파로 용기를 얻은 영화, 특히 대작들이 여름 시장에 대거 진입했지만 천만 영화는 나오지 못했다.
     
    올여름 텐트폴 4편의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김형호 분석가는 '콘셉트'가 명확한 영화가 흥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범죄도시 2'부터 '탑건: 매버릭'을 비롯해 순항 중인 '한산: 용의 출현' '헌트'는 감독과 배우의 이름값이 아닌 명확한 콘셉트로 승부해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김 분석가는 "아직 코로나 상황임에도 관객들에게 이번 여름에는 극장이라도 가겠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다만 무리수는 두지 않고, 딱 보고 무슨 영화인지 알 수 있는 영화를 선택했다"며 "사실 올여름 텐트폴 영화에서 천만 영화 한 편은 무조건 나왔어야 한다. 그게 안 된 것은 결국 영화 탓"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동안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익숙해진 관객들의 발길을 완전히 돌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8월 발간한 '2022년 영화 온라인 시장 전망'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도 극장주들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배트맨' '소닉 더 헤지호그 2'의 흥행 이후 관객이 계속 돌아올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지만, 2019년 이전으로 완전하게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비관론도 존재한다.
     
    또한 팬데믹 이후 적자가 커지자 극장들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3차례 관람료를 1천원씩 인상했는데, 이를 두고 보고서는 "OTT 매체와의 가격 균형을 고려했을 경우에는 이용자들이 느끼는 효용감은 달라질 수 있다"며 "다양한 매체가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시간, 관심사, 비용이라는 3가지 핵심 변수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분석했다.
     
    윤성은 평론가는 "'헤어질 결심'과 같은 멜로 영화로 입소문을 타고 뒷심을 발휘해 영화관에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장르적으로 봤을 때 특히 2030대의 경우 스펙터클하거나 예술적·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영화가 아니면 극장에 가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8월 22일 기준 올여름 개봉한 텐트폴 4편 중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약 600만명)을 넘은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8월 22일 기준 올여름 개봉한 텐트폴 4편 중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약 600만명)을 넘은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 보다는 '영화'의 문제

     
    소비자인 관객들은 가파르게 오른 관람료와 OTT라는 대체재 속 장르, 입소문 등 여러 가지 요소를 판단해 '안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영화계는 관객들이 안전하다고 여기는 마지노선을 넘도록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맞닥뜨리게 됐다. 전문가들은 한국 영화계가 올여름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상황을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형호 분석가는 "코로나 영향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작년이나 재작년보다는 덜했다. 작년보다 나은 시장을 만들었는데 원하는 스코어가 나오지 않았다는 건 코로나 때문이 아니다"라며 "흥행이 안 됐다면 그건 관객들이 못 본 게 아니라 안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올여름 시장을 "한국 영화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 여름"이라고 총평한 뒤 "한국 영화산업 시장이 너무 커지면서 스타 감독, 멀티 캐스팅에 기대는 작품에 집중 투자해 온 부작용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 눈높이는 높아졌고, 평가는 냉정해졌는데 이에 대한 건 생각하지 않고 블록버스터를 좋아하니까 혹은 스타 감독이니 천만은 들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다고 본다"며 "진짜 장르에 집중해서 만드는 작품이 결국 성공한다. 감독 이름과 스타 캐스팅에 기대지 말고 콘텐츠 자체로 승부하며 겸손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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