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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영화와 할리우드에 대한 '조던 필'식 재정립 '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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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영화와 할리우드에 대한 '조던 필'식 재정립 '놉'

    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영화 '겟 아웃' '어스' 단 두 편으로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은 조던 필이 또 하나의 기이하고도 그만의 상상력으로 가득 찬 '놉'(Nope)으로 돌아왔다. 베일에 가려졌던 '놉'은 개봉 전부터 호기심을 자극했고, 구름을 뚫고 나온 SF 서부극 스타일의 영화는 층층이 겹쳐진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관객들을 자극한다.
     
    영화 '놉'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하고 기묘한 현상을 그린 영화로, OJ 헤이우드(다니엘 칼루야)의 아버지 오티스 헤이우드 시니어(키쓰 데이빗)가 기이한 현상으로 인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며 시작된다.
     
    이후 헤이우드 목장으로 다시 돌아온 동생 에메랄드 헤이우드(케케 파머)와 어린 시절 할리우드에서 아역 스타로 유명세를 얻고 지금은 자신이 출연한 작품의 본인 캐릭터 이름을 딴 '주피터 파크'를 운영하는 리키 주프 박(스티븐 연)이 각자의 위치에서 아무도 볼 수 없는 '그것'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는 동시에 각자의 방법으로 그 정체를 쫓아가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놉'은 작게는 OJ와 에메랄드가 하나의 사건을 통해 소통과 관계를 회복하는 이야기일수도 있고, 최초의 영화에 관한 재정립일 수도, 자성 없는 영화 산업의 쇼비즈니스적인 측면에 관한 영화일 수도, 스펙터클에 지배당한 영화 산업에 관한 영화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의 이야기가 겹겹이 쌓아 SF 서부극 스타일로 만든 '놉'은 다양한 해석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주프락시스코프(연속적인 동작을 재생하는 기계)를 발명한 에드워드 마이브리지가 찍은 최초의 영화라고 불리는 말이 달리는 사진이 있다. 사진 속 기수가 흑인이고, 그 흑인 기수가 자신의 조상이라고 하는 에메랄드 헤이우드(Haywood)는 영화를 만든 사람은 기억하지만,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기수의 이름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에메랄드의 마지막 행동까지 본다면 '놉'은 할리우드 영화 산업에서 지워지고 왜곡된 흑인의 역사를 복원하고 재정립하는 영화다.
     
    영화의 기원 속 카메라의 대상이 된 존재는 아무도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흑인 기수였지만, '놉'에서는 흑인인 헤이우드 남매가 영화를 찍는 주체가 되어 전에 없던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 UFO라 생각했던 외계 생명체 찍기에 나선다. 헤이우드 남매는 농장 사업 수익성이 불투명해지자 돈을 벌기 위해 나선다. 보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것을 찍는 것이 영화라 한다면 그 영화는 '돈'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대를 이은 말 농장에서 일하는 동물 조련사 OJ, 배우이자 가수이자 동시에 스턴트우먼인 에메랄드는 프레임 안팎에서 활동하는 영화 산업의 구성원이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서부, 서부 개척 시대를 테마로 하는 '주피터 파크' 등 '놉'은 마치 약탈적인 방식과 백인 중심의 질서 속에서 움직였던 서부 시대를 떠오르게 만든다. 백인 중심 사회에서 지워지고 잊힌 흑인들의 역사가 영화산업에서도 이어졌고, 이를 서부 시대를 연상하게 하는 배경 속에서 움직이게 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배경들 속에서 말을 타고 질주하는 OJ는 외계 생명체에 맞서 살아남고, 최초의 영화 속 흑인 기수처럼 말 위의 기수가 됐지만 과거 백인 중심 역사에서 잊혔던 자신의 조상과 달리 백인들의 역사를 뒤엎고 새로운 흑인 기수로서 새 역사를 쓴다. OJ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면, 에메랄드는 프레임 바깥에서 활약한다.
     
    에메랄드는 피사체가 아닌 프레임 밖에서 새로운 피사체가 된, 영화 산업의 주체와 대상들을 먹어 치우는 '뷰어'라 명명한 외계 생물체를 마치 초기 마이브리지가 그랬던 것처럼 연속 사진으로 남긴다. 흑인이 지워졌던 영화 산업에서 흑인인 에메랄드가 새로운 스펙터클이 담긴 영화를 찍어낸다.
     
    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헤이우드 남매가 담아내고자 한 외계 생명체는 말과 인간 등 지구 생명체를 빨아들이듯 잡아먹는다. 외계 생명체가 지구 생명체를 흡수하는 장면은 마치 카메라가 대상을 시각화하는 것처럼 보여준다. 앞서 조던 필 감독은 나훔서 3:6 "내가 또 가증하고 더러운 것들을 네 위에 던져 능욕하여 너를 구경거리가 되게 하리니"라는 구절을 관객들에게 보여 줬다.
     
    쇠퇴, 멸망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나훔서의 서두 제목에는 '엘코시의 나훔이 본 환상'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합체(각행의 첫 글자를 짜 맞추면 하나의 말이 되는 것)로 된 나훔서는 하느님의 심판에 관한 신탁, 풍자와 저주 등 다양한 형태의 소재로 이루어져 있다. 흥미롭게도 나훔서와 나훔서를 이루는 방식, 감독이 인용한 구절은 '놉'의 전개 방식이나 '놉'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과 맞닿아 있다.
     
    '구경거리'는 모든 것이 영화화 혹은 영상화되는 할리우드 산업, 그리고 '스펙터클'(현란한 장관 혹은 볼거리. 영화를 볼 때 관객의 시각을 자극하는 화려하고 매혹적인 볼거리)을 이야기한다. 스펙터클은 '공상적이며 신기하고 경이로운 화면을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특성'을 말하기도 하는데, '놉'은 그 자체로도 '스펙터클'을 이야기하고 보여준다. 영화 속 인물들 역시 부단하게 외계 생명체가 선보인 스펙터클을 담아내려 한다.
     
    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눈에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등 모든 것이 영상화되는 할리우드에서 카메라에 의해 재현되고 구현된 이미지들은 다시 관객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할리우드 산업 안으로 끌어들이는 순환을 반복한다. '놉'에 등장하는 침팬지 고디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무분별한 제작과 생명체의 활용이 참극을 가져왔음에도 산업은 반성하기보다 이를 다시 비즈니스로 활용한다.
     
    그렇기에 고디 사건의 피해자인 주프가 외계 생명체가 생명체를 잡아먹는 장면을 관객들의 눈앞에 펼쳐내며 사업적으로 활용하는 장면은 끔찍한 사건조차 '엔터테이닝'의 요소로 활용하며 자성 없이 확장하는 할리우드의 문제점에 대한 풍자처럼 보인다.
     
    '놉'은 정적과 암전을 통해 긴장과 공포를 극대화하고, 보이지 않는 것 뒤에 숨겨진 것들에 대한 공포와 호기심이 동시에 찾아들게 만든다. 또한 '겟 아웃' '어스'의 폐쇄적이고 한정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광활한 대지와 하늘 등 열린 공간을 아이맥스로 담아내며 영화적으로나 시각적으로 확대를 시도했다.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테넷' 등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함께해 온 호이트 반 호이테마 촬영감독이 장면을 역동적으로 담아내며 조던 필의 확장을 도왔다.
     
    130분 상영, 8월 17일 개봉, 12세 관람가.

    외화 '놉' 메인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놉' 메인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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