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CJ ENM 제공※ 스포일러 주의
대한민국 최고 사기꾼들을 모아 난공불락 한국은행을 털고('범죄의 재구성'), 땅을 접어 달리고 날카로운 검을 바람처럼 휘두르며 요괴들에 맞서는 '한국형 히어로' 도사를 선보인('전우치') 최동훈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외계+인' 1부는 장르물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SF, 한국형 판타지, 액션 등이 어우러져 탄생한 '혼종'은 본격적인 '최동훈 장르'의 시작점이다.
2022년 현재,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의 호송을 관리하는 가드(김우빈)와 프로그램이자 파트너인 썬더(목소리 김대명)는 인간의 몸에 가두어진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며 지구에 살고 있다. 어느 날, 서울 상공에 우주선이 나타나고 형사 문도석(소지섭)은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한편 630년 전 고려에선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과 천둥 쏘는 처자 이안(김태리)이 엄청난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속고 속이는 가운데, 신검의 비밀을 찾는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가면 속의 자장(김의성)도 신검 쟁탈전에 나선다. 그리고 우주선이 깊은 계곡에서 빛을 내며 떠오르며 외계인과 도사, 인간의 활극이 시작된다.
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CJ ENM 제공한국형 케이퍼 무비,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 무비 등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으로 한국 장르 영화의 진일보를 끌어낸 최동훈 감독이 7년 만의 신작 '외계+인' 1부를 선보이며 한국 장르물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
'외계+인'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이언맨처럼 손바닥을 내밀어 리펄서 건을 쏘아내듯 빔을 쏘아내는 외계 로봇과 우주선과 부채에서 고양이 콤비를 소환하는 등 각종 도술을 지닌 도사가 등장한다.
SF, 한국적 판타지, 무협, 액션 등 여러 장르가 '외계+인'이라는 한 영화 안에 녹아 있다 보니 만화적 상상력이 동원된 신들도 자주 보인다. 장르 영화를 대표하는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외계+인'의 장르를 굳이 하나로 규정하라고 한다면 '최동훈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CJ ENM 제공케이퍼 무비부터 액션, 한국형 판타지 등 장르 영화에서 자신만의 색깔과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한국 장르 영화의 길을 낸 최동훈 감독.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리고 자신을 이룬 장르 문화적 요소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려낸다. 최동훈만의 혼종 장르를 보고 낯설어하는 관객도 있을 테고, 호불호도 갈릴 수 있다. 분명한 건 한국 영화 장르 저변을 넓힐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영화라는 점이다.
감독의 전작 '전우치'를 비롯해 '백 투 더 퓨처' '미션 임파서블' 등에서 봤던 장면이 직·간접적으로 펼쳐지는 신이 자주 등장한다. 또한 전성기 시절 홍콩 무협 판타지의 분위기도 물씬 풍긴다. '외계+인' 1부는 마치 최동훈 감독을 만들어 낸 문화적 근간을 엿보는 느낌이다. 이스터 에그처럼 영화 곳곳에 숨어 있는 콘텐츠를 찾아보는 것은 '외계+인' 1부를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외계인이 죄수를 인간의 몸 안에 가둔다는 설정, 이에 관해 이안(김태리)이 인간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죄수를 가두는 것을 비판하는 모습, 그리고 외계인 죄수들이 지구를 자신들의 활동 근거지로 만들려는 모습 등이 나온다. 이는 침략주의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한편, 힘 있는 자가 힘없는 다수의 자유와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드러낸다.
영화 '외계+인' 1부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가드와 이안처럼 제목 '외계+인'은 외계인과 사람의 관계로 볼 수 있다. 도사도 현대의 시각에서는 보통 사람과 다른 존재다. '외계'라는 뜻 자체가 사람이나 사람 따위를 둘러싸고 있는 바깥 세계인 것처럼 우리를 둘러싼 여러 타인의 세계와 고려와 현대라는 서로에게는 새로운 존재처럼 보이는 이들 사이 관계 역시 영화를 이루고 있다.
가드와 이안 관계를 통해서는 나와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여러 유형으로 존재하는 나와 내 바깥 존재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 하나의 목적을 갖고 뭉치고 나서야 비로소 서로를 이해한다. 이를 통해 타인을 받아들인다는 것과 관계 맺음이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나를 제외한 타인은 어쩌면 모두에게 '외계인'일지도 모른다.
한없이 가벼운 듯 보이는 영화 속에는 이처럼 제법 묵직한 주제도 들어있지만, 마냥 진지하게 각 잡고 다가가는 게 아니라 유머와 액션 사이에서 주제와 이야기를 오간다. 기본적으로 '외계+인'은 진지하고 진중한 영화라기보다는 장르 영화 안에서 펼칠 수 있는 다양함과 유머, 볼거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장르 영화가 가진 미덕인 즐거움과 볼거리에 집중하면서도 감독은 그 안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깔아 놓았다.
영화 '외계+인' 1부 캐릭터 포스터. CJ ENM 제공
영화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만큼, 그들이 어떤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맡아 어떻게 소화해냈는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제일 시선이 가는 캐릭터는 김우빈이 연기한 가드 및 썬더와 염정아가 연기한 신선 흑설이다. 무려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김우빈은 날건달 같은 캐릭터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과묵한 캐릭터까지 1인 다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염정아는 '삼시세끼 산촌편' 등 '예능 속 염정아'의 부스트 업 버전처럼 숨겨져 있던 매력을 한껏 끌어올려 펼쳐놓는다. 그런 점에서 최동훈 감독의 안목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도사와 외계인이 등장하는 만큼 영화에는 CG와 VFX(시각특수효과)가 자주 사용되는데, 국내 기술력이 얼마만큼 발전했는지 목격할 수 있다. 어색하지 않게 스토리와 인물에 어우러진 CG와 VFX를 보며 앞으로 더 많은 국내 SF와 판타지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쉬운 지점도 존재한다. 장르를 혼합하는 과정은 과잉이 되면서 오히려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 보니 때때로 지나치게 나아가게 되고, 일부 설정 요소들이 주는 기시감과 유치함도 있다. 2편에 걸쳐 과거와 현대를 오가고,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방대한 스토리를 다루다 보니 설명적이라는 점 역시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계+인'은 한 번쯤 해야 할 도전이다. 그렇기에 감독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동훈 세계'를 기대하고 또 기다리게 된다.
142분 상영, 7월 20일 개봉, 쿠키 1개 있음, 12세 관람가.
영화 '외계+인' 1부 티저 포스터. 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