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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한재림 감독이 말한 '비상선언'의 평범함과 특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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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한재림 감독이 말한 '비상선언'의 평범함과 특별함

    영화 '비상선언' 한재림 감독 <상>
    '비상선언'의 캐릭터들과 프로덕션에 관한 이야기

    영화 '비상선언' 한재림 감독. ㈜쇼박스 제공영화 '비상선언' 한재림 감독. ㈜쇼박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사상 초유 항공테러를 소재로 한 항공 재난 영화 '비상선언'에는 특별한 요소가 있다. 먼저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한 작품을 위해 모였다는 점이다. 이들뿐 아니라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을 연기한 배우들까지 어느 하나 연기력으로 빠지지 않는다는 것 역시 영화를 빛내는 요소다.
     
    또 하나, 대한민국 최초는 물론 전 세계 어디서도 시도하지 않은 세트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지름 7m, 길이 12m의 사이즈로 제작된 롤링 짐벌(Gimbal,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물체가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조물)로 실제 크기의 항공기 세트, 그것도 300~400석 규모의 대량 수송 능력을 자랑하는 보잉 777기를 회전시키며 촬영했다.
     
    이 모든 것은 '재난'이라는 영화의 소재가 가진 사실성과 현실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비상선언'의 개봉일인 지난 3일 한재림 감독을 화상으로 만나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특별한 연기와 사상 초유의 시도에 관해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다.

    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쇼박스 제공 

    주연부터 승객까지 어느 하나 모나지 않게 선보인 특별한 연기

     
    ▷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먼저 이들을 어떻게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말로 항공 재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었고, 스크립트였던 거 같다. 그때는 코로나가 없었을 때라 아마 지금 이걸 드렸다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그때 당시에는 새롭고 신선한 소재였기에 그런 부분에서 다들 재밌어하지 않았나 싶다.
     
    ▷ 누구 하나 튀지 않고 현실에 발붙인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따로 이러한 연기를 주문했던 건가?
     
    '다이하드'처럼 영웅이 나와서 일을 해결하는 게 장르적인 쾌감도 있고 관객이 좋아할 거란 걸 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재난영화에 나오는 영웅이 아니라 작은 사람들의 조그만 용기, 인간성을 통해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최대한 사실적으로 과장되지 않게, 장르적인 느낌을 주지 말고 연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빌런 역할의 임시완에게도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이 순간을 생각해달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쇼박스 제공 
    ▷ 특히 송강호와는 '우아한 세계' '관상'에 이어 세 번째 작업하는 거다. 그의 연기 중 인상 깊었던 장면과 배우 송강호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일단 강호 선배 장면은 다 좋지만, 두 장면이 생각난다. 윤철(현봉식)에게 와이프를 이렇게는 못 보낸다고 하는 장면, 마지막에 재혁(이병헌)을 보며 애써 웃어주는 장면이다. 이전부터 영화에 대한 열정, 영화 속 캐릭터가 되어 매 테이크 전혀 다른 의미의 연기를 보여주는 게 너무 좋았다. 특히 이번에 "이렇게 못 보내"라고 하는 장면에서의 연기 톤은 절실하면서도 과장되지 않고 리얼했다. 정말 우리나라의 최고의 배우라고 느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 임시완이 연기한 진석은 서늘한 눈빛을 빛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너무 빨리 퇴장해서 빌런이 줄 수 있는 긴장감이 빨리 사라진 건 아닌가 싶다. 이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당연히 고민이 있었다. 다만 '비상선언'의 장르가 무엇인가, 비행기 테러 영화냐, 재난영화냐 하는 지점에서 고민이 갈렸다. 이건 재난 영화였고, 임시완이 맡은 진석은 나에게 있어서 단지 '재난'이라는 것의 상징일 뿐이었다. 라스베이거스 총기 사건도 마찬가지지만, 어떤 알 수 없는 인물이 우리에게 총을 난사하고 자신도 자살했다. 그 뒤의 삶에 초점을 맞춘 거다.
     
    그 뒤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지금도 라스베이거스 총기 사건의 생존자들이 트라우마로 인해 치료받고 있다. 그들은 지금도 '재난'과 싸우는 거다. 그런 식으로 이걸 비행기 테러 영화로 본다면 진석의 퇴장이 아쉬울 수 있지만, 그가 심어놓은 재난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은 그 재난과 어떻게 싸우는가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쇼박스 제공 
    ▷ 항공기 승객들의 열연 덕분에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승객으로 출연한 배우들의 캐스팅 과정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정말 오디션을 많이 봤다. 인물들이 되게 모가 나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 옆에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럴 만한 사람들로 추리고 모셨다. 그다음 거기서 리얼하게 연기하는 분들로 모시다 보니 정말 촬영 직전까지 오디션을 계속 봤다. 그러다 보니 카메라를 어디다 갖다 대도 한 분 한 분이 너무 연기를 다 잘했다. 또 주연배우들과의 호흡이나 뉘앙스가 정말 잘 맞아떨어져서 촬영 감독님들도 너무 좋아했다.

    영화 '비상선언' 프로덕션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비상선언' 프로덕션 스틸컷. ㈜쇼박스 제공 

    핸드헬드·360도 비행기 회전…모든 것은 '사실성' 위한 장치

     
    ▷ 영화 초반부터 핸드헬드를 이용하고, 화면의 질감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연출했다. 그래서인지 현실성이 강조되고, 또 보는 입장에서는 영화에 접근하는 시선이 조금 더 진지해졌다.
     
    이게 비행기가 뜨고 어쨌든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이야기인데, 이 과정이 내내 다큐처럼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적으로 체험하듯이 몰입감 있게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물을 잡을 때도 질감 등을 블록버스터 공식처럼 쨍하고 클로즈업 중심에서 벗어나 조금 더 다큐멘터리적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 임팩트 있는 촬영을 선보이는 이모개 감독, 긴장감 넘치는 스타일의 박종철 감독이 이번 영화를 위해 함께했다. 두 촬영감독은 어떤 장점을 가진 촬영감독인가?
     
    이모개 감독님은 박종철 감독님과 아주 다르다. 이 감독님은 굉장히 이성적인 분이다. 감독을 해도 충분히 할 정도로 뛰어난 이성과 식견을 갖고 있고, 그리고 뛰어난 콘티뉴이티(continuity, 영상 구성에 있어 장면과 장면을 이해하기 쉽고 부드럽게 연결하여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갖게 하는 것)를 갖고 있다. 그런 힘으로 뚝심 있게 촬영하는 장점이 있다.
     
    박 감독님은 애드리브가 굉장히 강하다.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재즈 하듯이 말이다. 현장에서 굉장히 강박적으로 샷을 잡는다. 콘티를 세 번이나 잡기에 콘티 그림 이상의 것을 잡아내기 어려움에도 기가 막히게 어디선가 좋은 샷을 잡아내서 나에게 보여주곤 했다.
     
    그런 두 분의 조화가 이 작품의 샷들을 뛰어나게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건 사실감이었다. 어떻게 하면 인물과 상황을 사실감 있게 보여줄까. 관객에게 체험하게 사실감 있게 보여줄까 이런 지점에서 제일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 '비상선언' 프로덕션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비상선언' 프로덕션 스틸컷. ㈜쇼박스 제공 
    ▷ 360도 회전하는 비행기 세트 덕분에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세트 제작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보잉 777기를 모델로 사용했는데, 여러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보잉기가 핸들이다. 에어버스는 스틱인데, 보잉기가 비행 장면을 연출하는데 더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그리고 777기가 크고, 좌석이 333 배열이다. 라스베이거스 지역에 폐비행기를 모아두는 비행기 무덤이 있다.(*참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는 퇴역한 비행기들이 있는 '비행기 무덤'이 있다) 그곳에 할리우드 업체와 가서 비행기를 섭외했고, 업체에서 이걸 조각내서 보내줬다.
     
    한국에 맞춰서 디자인하고 만들어냈는데 돌리려니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해본 적이 없어서 미국과 영국에 의뢰했다. 영국에서 하기로 해서 예약금도 일부 냈는데, 코로나로 인해 결국 취소됐다. 촬영을 앞두고 난감했는데, 한국 최고 특수효과 업체인 데몰리션에서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협업하게 됐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촬영하느냐였다. 보통 이런 경우는 카메라가 암(arm)을 뻗어서 들어가는데, 이러면 승객 자리에서 본 샷이 안 나오고 3인칭 샷밖에 안 나온다. 어쩔 수 없이 촬영 감독님들이 타야 했다. 의자에 앉을 수 없으니, 비행기 바닥에 리깅(rigging) 기계를 설치하고 몸을 묶고 핸드헬드로 촬영했다. 그래서 생생한 승객들의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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