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 전(사진 왼쪽)과 후.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축구장 10배가 넘는 크기의 제주 임야를 무단으로 훼손한 일당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특히 훼손된 임야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인접해 있어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보호되는 곳이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문화재보호법·산지관리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토지 소유주 A(51)씨와 개발업자 B(56)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아울러 무단 훼손에 가담한 중장비기사 등 6명을 추가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임야 18만8423㎡ 중 7만6999㎡에서 굴삭기 등 중장비를 이용해 팽나무와 서어나무 1만여 그루를 제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3m가량의 높고 낮은 지면을 고르게 하기 위해 흙을 깎아 내거나 쌓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추가 개발을 위해 인접도로와 연결되는 길이 27m, 폭 4~6m의 진입로를 만들었다.
훼손된 임야 모습.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이들이 훼손한 임야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완충구역이자,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 제444호 거문오름과 제490호 벵뒤굴과 인접한 곳이다.
문화재보호구역 경계와 바로 인접해 있어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처럼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지만, 이들은 토지 가격을 상승시키고 각종 개발행위를 쉽게 할 목적으로 임야를 훼손했다. 이들이 훼손한 면적만 축구장 10배가 넘는 크기다.
실제로 훼손 이후 토지 실거래 가격은 평당 2만5천 원에서 평당 10만 원으로 상승했다. 5억8천만 원에 매입했던 토지가 현재는 23억여 원에 거래될 정도로 토지 가격이 껑충 뛰었다.
도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이 포함돼 있어 제주특별법에 의해 중점 관리되는 보전 지역이다. 무단 훼손으로 17억 원 상당의 불법 시세차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제주도 자치경찰단. 고상현 기자한편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이번 사건 수사 초기부터 '세계자연유산보호 중점검찰청'인 제주지방검찰청과 함께 긴밀하게 공조수사를 벌였다. 수사에는 고해상도 드론 등이 활용되기도 했다.
도 자치경찰단은 앞으로도 자연 훼손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현재 7건을 적발해 수사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제2공항과 중산간 일대 대규모 산림 훼손사범 80명을 적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