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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작업에 개입 시도

경제 일반

    기재부,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작업에 개입 시도

    기재부,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앞두고 관련 연구용역…노동부에 개정 방안 전달
    경영책임자 범주·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인정 여부 놓고 재계 입장 대거 반영한 것으로 알려져
    기재부 "정책 협의 조정 업무 수행한 것 뿐" 해명
    노동부 이정식 장관 "기재부 의견일 뿐…노동부가 책임지고 추진하겠다" 선 그어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관련 연구용역을 마치고 고용노동부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특히 연구용역 내용에는 재계의 주장이 주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문성이 부족한 기재부가 민감한 중대재해법 논란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한겨레의 보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에 관한 연구용역을 마치고, 이를 토대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개정 방안을 전달했다.

    이 개정방안에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해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법에는 경영책임자가 종사자 및 사업장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어겨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처벌하도록 하는데, 재계는 대표이사가 아닌 CSO를 경영책임자에 명확히 포함해 대신 의무를 부과받도록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민간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규정한 중대재해법 2조 9호 가목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명시됐다.

    이 때문에 노동부는 물론 노동·법률 전문가들도 법률에 명시된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시행령으로 다시 규정할 수 없다고 지적해왔다.

    또 개정방안에는 '사업주가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인증을 받으면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비슷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중대재해 예방 기준을 인증받은 기업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하고, 경영책임자에 적용하는 처벌 형량을 줄이거나 면책하자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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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재부의 개정방안의 경우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실제로 작동시켜 '이행'한 것까지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축'한 사실 여부를 가리는 것이므로 박 의원의 법안보다 한발 물러선 셈이다.

    다만 애초 중대재해법의 제정 취지가 기업 내 최고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직접 관심을 갖고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던 점을 고려하면 자칫 중대재해법의 재해 예방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나아가 이처럼 올해 1월 처음 시행돼 노동·안전·보건·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중대재해법에 대해 전문성이 부족한 기재부가 연구용역을 서둘러 제시한 것 자체가 자칫 시행령 개정 작업에 혼선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본래 기재부가 노사·관계부처간 이견이 첨예한 정책 사안에 대한 '노사관계 정책의 협의·조정' 업무를 담당한다고 해명했다.

    중대재해법 관련 연구용역 역시 올 초 법 시행 전후 산업현장 혼선과 경제계 우려 등을 반영해 범부처 정책을 조율할 필요성을 감안해 수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기재부가 제시한 개정방안에 대해 "저희는(고용노동부) 기재부의 의견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장관은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재계의 요구도 있고 노동계의 요구도 있으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도 있다"며 "저희 부처가 책임을 지고 중심을 잡고 추진해나갈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좀 성급했다 싶은 생각은 있다"며 "기재부 등이 전문성이 없을 테니 연구용역을 의뢰했다고 이해할 수 있고, 저희가 시행령을 개정할 때 입법예고 기간을 통해서 의견을 듣는 방식이 있고 본인들 준비 기간을 통해서 충분히 검토한 다음에 이런 부분들이 시행령에 반영됐으면 좋겠다, 할 수도 있겠다"고 짚었다.

    노동부가 먼저 시행령 개정안을 제시한 뒤 관계 부처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아닌, 기재부가 먼저 개정 방향을 제시한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아울러 "시행령은 모법에서 위임한 범위, 법 집행을 위해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의 취지에 맞게 산재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법이 잘 작동되도록 시행령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법률에서 위임한 범위 내에서 모호한 표현, 예를 들면 '충실한', '필요한' 이런 것(들의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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