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가운데 26일 오후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26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되자 국민의힘이 강력 반발하며 곧바로 법원에 이의신청을 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되더라도 비대위는 존속한다고 보고, 다음 날 의총에서 지도체제를 수습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이 전 대표가 낸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주 비대위원장은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 아니라는 오늘의 가처분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며 이 전 대표의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제기한 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하한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로 한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은 이의 신청에서 과거 조계종의 '비상사태'를 두고 제기됐던 가처분 신청 결과를 들며 "정당과 같이 자율적인 내부 법규범을 가지고 있는 특수한 부분사회에서의 분쟁은 그것이 일반시민법 질서와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 않는 내부적인 문제에 그치는 한, 그 자주적·자율적 해결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정당의 결정이나 의사가 그 절차에 있어 현저히 정의에 어긋나거나 내용 면에서 사회관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결여한 게 아닌 이상, '특수한 부분사회'인 정당의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국민의힘은 법원이 비대위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주 위원장만 직무를 정지 당한 것이고, 비대위원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유상범 당 법률지원단장은 "가처분은 비대위원장 직무집행만 정지한 것"이라며 "법원 본안 판결에서 비상상황이 잘못된 것이라는 최종 확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비대위가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국민의힘은 다음 날 오후 4시 의총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을 직무 대행한다는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당헌당규에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로서의 지위와 권한 가진다는 규정이 있으니, 여기에 준용해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는 것이 타당하지 않느냐는 다수 전문가와 당 내부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 징계로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던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 출범으로 제 자리를 찾았다가, 다시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으로 돌아가야 하는 황당한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법원이 비대위 출범 자체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으므로, 비대위 체제 자체가 붕괴됐다고 보는 게 맞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경우 지도부가 비대위 이전 상황인 최고위원회로 돌아가야 하고, 사퇴한 성원을 채우기 위해 전국위원회가 열려야 한다. 실제 법원 판결문에 이런 취지의 내용이 있기도 하다. 당장 이 전 대표 측도 법원의 판단을 환영하는 입장문을 통해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하고, 사퇴하지 않은 최고위원들로 최고위를 구성해야 하며, 사퇴한 최고위원은 당헌 제27조 제3항에 의하여 선출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현 상황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충성경쟁 때문이었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권력투쟁에만 매진했던 것을 반성하고 깊이 사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사태의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하사하는 '체리따봉'을 받기 위한 과도한 충성경쟁이 아니였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며 "대통령의 당무 개입으로 빚은 참사는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