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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50차례 상습 보험사기범, 지구대 경찰관 기지로 잡았다[영상]

[단독]50차례 상습 보험사기범, 지구대 경찰관 기지로 잡았다[영상]

  • 2022-09-07 09:10
경찰 "단순 교통 사고 아닐 것 의심"…검거로 이어진 지구대원들의 '촉'

묻힐뻔했던 보험사기범의 범행이 경찰의 촉수 격인 지구대원들의 추적 끝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40대 강씨는 자동차 사이드미러에 고의로 몸을 부딪히거나 교통법규 위반차량을 대상으로 사고를 내 보험을 접수하는 등의 수법으로 총 3300만원의 합의금과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단순 교통사고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같은 날 동시다발 사건 발생을 의심한 경찰의 추가 조사가 검거로 이어졌습니다.

서울 용산경찰서 용중지구대 소속 권철희 경사, 조계현 경장…상습 보험사기범 붙잡아
지난달 17일 하루에만 같은 수법으로 4건 신고…강씨 범행으로 의심되는 5건 추가 조사
본격 수사 결과, 범행 50건으로 늘어나…3300만원 상당 합의금과 보험금 타낸 혐의 적발


하마터면 묻힐 뻔했던 보험사기범의 범행이 지구대원의 '촉'으로 덜미가 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 용중지구대 소속 권철희(40)경사, 조계현(31)경장에게 꼬리가 잡힌 보험 사기범은 40대 강모씨다. 강씨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주행 중인 차량 사이드미러에 부딪히는 수법 등을 통해 3300만원에 달하는 보험금과 합의금을 타낸 혐의를 받는다.

강씨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사기, 사기 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범행 건수만 50건. 잡힐 것 같지 않았던 강씨의 범행은 두 명의 지구대원의 끈질긴 수사 덕에 밝혀질 수 있었다.

강씨 범행이 드러난 날은 지난달 17일이었다.


"흰색 반팔티, 곤색 반바지에 문신한 남자가 지나가는 차에 손을 집어넣고, (사고를 내) 합의금을 요구하는 걸 목격했어요"

당일 오후 용산구 숙대입구역 먹자골목길에서 장사를 하는 A씨는 용중지구대를 찾아와 "고의 교통사고가 의심된다"고 신고했다. 사건 현장을 확인한 권 경사는 당시 현장이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보험사기를 의심했다.

그런데 A씨와 대화 도중 또 다른 신고가 접수됐다. 숙대입구역 일방통행로에서 난 교통사고 신고였는데, 이번에도 주행 중인 차량의 사이드미러에 부딪혔다는 내용이었다. A씨가 신고한 사건과 수법이 같았다.

현장에서 만난 신고자는 며칠 전에도 "(이른바) '손목 치기'를 하고 합의금을 요구한 사건을 봤다"고 증언했다.

당시 하루 동안만 보험 사기를 의심할 만한 사건이 3건이나 파악된 것이다. 모두 강씨가 연루된 사건이었다. '보험 사기'를 의심한 지구대원들은 피해자와 신고자들이 말한 인상착의를 근거로 순찰에 나섰다. 얼마나 돌았을까. 권 경사와 조 경장은 용산구 후암시장 인근에서 BMW 차주에게 돈을 요구하고 있는 강씨를 발견했다.

당시 보험 접수를 요구한 차주에게 강씨는 "보험 접수하면 민사합의금이 150만원 넘게 나오는 것을 알지 않느냐. 큰 사고는 아니니 10만원만 줘라"며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도 주행 중인 차량 사이드미러를 고의로 치는 수법이 동일했다.

이어 사건 현장 인근 CCTV를 확인한 권 경사는 우두커니 서 있던 강씨가 일방통행 길로 BMW 차량이 올라 오자 갑자기 움직이며 사이드미러에 손을 갖다 대는 모습을 포착했다. '손목 치기' 장면이었다.

이로써 의심 사건은 4건으로 늘었다. 당시 경찰은 강씨에게 임의동행을 요청했으나, 강씨는 이를 거부했다.

이때 조 경장은 지난달 13일 남영동 골목길에서 있었던 교통사고가 떠올랐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서 본 사람과 강씨의 인상착의가 동일했던 탓이다. 또 당시 차주도 강씨에게 5만원 합의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사건의 피해자는 "저속으로 운행하고 있었는데 사고가 났다"며 억울해했다고 한다.

이후 권 경사와 조 경장은 신고 피해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사건 경위를 파악했다. 추가 조사 결과, 13일과 17일에 있었던 5건의 사건 모두 수법이 같았으며, 강씨가 피해자들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5~10만원 정도의 금액을 뜯어낸 것을 파악했다.

피해 상황이 동일한 점 등을 근거로 '고의 교통사고'라고 판단한 권 경사와 조 경장은 범죄 의심 정황이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 용산경찰서에 보고했다.

용산경찰서가 강씨에 대한 본격 수사를 진행하자 숨겨진 강씨의 범행이 하나둘 드러났다. 수사 결과, 지난해 4월부터 이어진 강씨의 범행은 총 50건으로 올해에만 45건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수사 결과, 강씨는 보행 중 차량 사이드미러에 고의로 몸을 부딪히거나 차에 타 교통법규 위반차량을 대상으로 사고를 내 보험을 접수하는 등의 수법으로 총 3300만원의 합의금과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강씨는 처음에는 보험사기를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지만, 사기 혐의가 발각될 위험에 노출되면 태도를 바꿔 합의금을 요구하는 수법을 썼다. 강씨에 대한 신고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지만, 경찰이 출동하면 도주하는 식으로 수사망을 피해가곤 했다.

황진환 기자 황진환 기자 
결국 강씨는 지난달 29일 체포 경찰에 체포됐다. 검거 당시에도 강씨는 중구 신당동에서 렌트카를 운전하며 고의로 사고를 내 보험사와 합의하는 도중이었다.

범행 중 피해금액이 가장 큰 사건은 지난해 6월 신당동에서 있었던 건으로, 강씨는 진로 변경을 하는 차에 일부러 사고를 내 약 700만원의 보험금을 수령받았다. 이 밖에 용산구 서계동에서 서행하던 차 사이드미러를 쳐 교통사고를 가장, 보험사에서 110만원을 타내기도 했다.

강씨는 유흥비 마련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고, 수천만의 돈을 전부 탕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강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이번 주 내로 강씨를 검찰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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