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또 터진 성 폭력 사건에 한국 빙상계는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쇼트트랙 심석희(25·서울시청)의 성폭행 피해로 빙상은 물론 한국 스포츠 전체가 발칵 뒤집힌 전례가 있었음에도 또 다시 지도자가 10대 선수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이다.
CBS노컷뉴스는 7일 "피겨 국가대표 출신 이규현 코치(41)가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구속 수감 중"이라고 보도했다([단독]피겨 국대 출신 이규현 코치, '미성년 제자 성폭행' 구속).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1부(손정숙 부장검사)는 지난달 말 이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코치는 올해 초 10대 제자를 성폭행 혐의 등을 받아 서울 송파경찰서가 지난 6월 17일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7월 사건을 이송 받은 남양주지청은 약 2달 만에 이 코치를를 구속 기소한 것이다.
빙상계는 또 한번 충격에 빠졌다. 심석희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뒤집혔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심석희는 지난 2019년 조 전 코치로부터 17살 때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조 전 코치는 징역 13년형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이다.
쇼트트랙 심석희를 성폭행해 징역 13년형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인 조재범 전 코치. 연합뉴스특히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망연자실한 반응이다. 연맹 관계자는 "심석희 사태 이후 각 종목 지도자는 물론 선수들에게도 경각심을 갖도록 주의를 줬다"면서 "또 연맹이 관리단체에서 벗어나 윤홍근 신임 회장이 취임한 이후 각고의 노력을 해왔는데 이런 일이 또 터졌다"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빙상계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코치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이규혁 IHQ 감독의 동생으로 이들의 부모 역시 빙상인 출신이다. 전국스케이팅연합회를 맡는 등 집안 전체가 한국 빙상계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왔다. 한 관계자는 "집안의 위세가 워낙 대단해 빙상인들이 감히 뭐라 할 수 없었다"고 귀띔했다.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코치는 1998년 나가노, 2002년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바 있다. 2003년 현역 은퇴 후 코치로 활동해왔다.
일단 연맹에서는 징계를 논의할 방침이다. 연맹 관계자는 "사실 이 코치가 올해는 지도자 등록을 하지 않았고, 피해 선수 역시 연맹에 신고하지 않아 해당 사건을 파악할 수조차 없었다"면서도 "사안이 중대한 만큼 지도자 제명 등 징계를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태 파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피겨는 최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유망주들이 잇따라 입상하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도자 1명의 일탈로 한국 빙상이 또 다시 추문에 휩싸이게 된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