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2007년 1월 9일 '아이폰'을 처음 공개하는 모습. 자료사진"오늘 3가지 혁명적인 제품을 소개합니다. 첫번째는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대형화면 아이팟, 두번째는 혁신적인 휴대용 전화기, 세번째는 인터넷 통신기기입니다. 이 세 가지는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기기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아이폰이라고 부릅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가 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엑스포 콘퍼런스'에서 아이폰을 처음 공개한 이 장면은 스마트폰의 혁명으로 기억된다. 휴대전화와 음악 플레이어, 카메라, 이메일 도구, 웹 브라우저를 하나로 합친 아이폰은 세상을 뒤흔든 혁신이었다.
스마트폰은 사람들이 소통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꿨으며, 여러 산업의 흥망성쇠를 이끌었다. '컴퓨터의 능력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이어 모든 것을 변화시킬 다음 주자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헤드셋과 스마트안경, 콘택트렌즈까지 스마트폰 너머 그 미래를 살펴봤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플랫폼은 다음달 11일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 콘퍼런스인 '메타 커넥트'(Meta Connect)를 개최한다. 2014년부터 열린 메타 커넥트는 메타가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 관련 전략을 논의하는 연례 콘퍼런스로, 메타의 가장 큰 행사다.
메타는 블로그를 통해 "작년에 우리는 메타버스와 소셜 컴퓨팅의 다음 시대에 대한 비전의 장막을 걷어냈나"며 "올해 우리는 진행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를 공유하고, 가깝고 먼 미래에 무엇이 올지 살펴본다"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헤드셋을 쓴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페이스북 캡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행사 예고와 함께 새로운 헤드셋을 쓴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려 신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2014년 VR 기기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하고 소셜미디어 플랫폼 '호라이즌'도 론칭했던 메타는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 회사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메타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외부 카메라로 포착한 실제 세계를 헤드셋 내부에서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컴퓨팅 성능을 갖춘 기기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코미디언 출신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가을에 프로젝트 캄브리아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VR과 AR이 결합된 혼합현실(Mixed Reality·MR) 소식을 다루는 매체 믹스트(Mixed)는 이 헤드셋의 이름은 '퀘스트 프로'(Quest Pro)이며 가격은 1500달러에 이른다고 예상했다. 2160 X 2160 픽셀의 2.48인치 크기 LED 디스플레이 2개를 사용하며 12GB 램에 256GB의 저장공간이 제공된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이 헤드셋은 VR 및 AR 하드웨어 제작으로 전환하려는 저커버그의 노력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라며 "이르면 내년 애플이 자체적으로 MR 헤드셋을 출시하기 전에 메타가 시장에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혁명을 이끈 애플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MR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 워치, 에어팟 등 하드웨어 폼팩터(form factor) 혁신의 선두주자인 애플이 내놓을 새로운 기기에 시선이 쏠린다. 애플이 2019년부터 한해씩 출시 시기를 미뤄온 탓에 궁금증은 더 커졌다.
애플은 지난 5월 이사회에서 이 기기를 직접 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애플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리얼리티 원(ONE)', '리얼티리 프로(PRO)', '리얼리티 프로세서(PROCESSOR)' 등의 상표를 출원한 사실이 알려져 MR 헤드셋의 이름 후보라는 관측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은 공식 출시 몇 달 또는 몇 년 전에 제품 이름을 등록하기 위해 이와 비슷한 과정을 오랫동안 거쳐왔다"며 "애플은 나중에 다른 상표 소유자로부터 이를 사들여야 하는 위험을 줄이면서 조기에 제품 이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등장은 헤드셋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AR 및 VR 헤드셋 시장은 전년보다 92% 성장한 1100만대 규모였다. 메타는 시장 매출의 약 78%를 장악했다. 애플의 막강한 생태계 및 마케팅 능력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모조비전의 AR 렌즈 시제품. 모조비전 제공모바일이 데스크톱을 대체한 것처럼 안경과 콘택트렌즈는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컴퓨팅 기기로 주목받는다. 다만 AR 안경 시대는 더 먼 미래다. 메타는 오는 2024년에야 첫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고, 역시 경량 AR 안경을 개발 중인 애플은 2020년대 안에 출시할 계획이라고만 알려졌다.
AR 안경류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야 속에서 디지털 요소와 물리적 물체를 혼합해야 하는데 이는 수많은 처리 능력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작업이다. 눈 앞에 떠있는 여러 앱 중 하나를 잠시 응시해서 앱이 구동되면 앞서가는 자전거 속도를 보여주거나 날씨를 표시하고, 다가오는 약속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이 가능하다.
2015년 설립된 미국의 스타트업 모조비전(Mojo Vision)은 지난 6월 콘택트렌즈 형태의 AR 렌즈 시제품 시착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눈동자를 전부 덮는 크기의 이 렌즈는 1인치당 1만4천 픽셀의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와 9개의 배터리, 동작 추적 센서 및 데이터 전송 회로 등으로 구성됐다.
모조비전의 스마트 AR 렌즈가 구현되는 장면과 드류 퍼킨스 CEO가 직접 이 렌즈를 체험하며 만족하는 모습. 모조비전 홈페이지 캡처 모조비전의 드류 퍼킨스 CEO는 "제가 AR 렌즈 시제품을 최초로 착용한 사람이지만 조만간 보이지 않는 컴퓨팅을 경험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스마트 콘택트 렌즈는 10년 후, 20년 후 미래가 아니라 바로 여기에 이미 있다"고 말했다.
모조비전을 찾아 이 렌즈에 탑재된 시선 추적 기술 등을 체험한 블룸버그통신은 "눈을 움직이자 자막을 읽을 수 있었고, 방을 둘러보며 위치를 가리키는 화살표를 봤다"며 오늘날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야심찬 하드웨어 프로젝트 중 하나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조비전은 현재 시각 장애인을 위해 의학적으로 승인된 보조 시각 장치로 렌즈를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달리기와 스키,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 및 피트니스 분야로의 응용 가능성도 검증하고 있다. 회사는 보건당국 등의 승인을 거쳐 5년 안에 시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시간 통역 기능이 제공되는 구글 글라스. 구글 유튜브 캡처 단순한 디스플레이 수준의 AR 안경은 이미 상용화 단계다. 중국의 TCL은 최근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2'에서 140인치 크기의 가상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기기를 공개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에 연결해 사용하며 올해 4분기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AR 글라스가 시판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2년 전 중국 스타트업 '엔리얼'과 협업한 AR 글래스 'U+리얼글래스'를 출시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5G AR 글라스를 판매한 것은 세계 최초였다.
사실 AR 안경의 원조는 구글이었다. 구글은 2011년 '구글 글라스'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몇몇 제품이 출시됐지만 일반 소비자는 구하기 힘들었다. 구글은 올해 5월 안경을 통해 실시간 통역이 가능한 기능을 선보이며 여전히 구글 글라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다만 더 자세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