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재정준칙 콘퍼런스에서 축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미뤄졌던 재정준칙 방안이 곧 공개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GDP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본래 같은 날 정부는 추석 연휴 직전 재정준칙 방안을 발표하려 했지만, 태풍 '힌남노'에 따른 피해 복구 탓에 구체적인 방안의 발표가 연휴 이후로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재정적자 등 국가 재정건전성 지표에 관한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정해서 이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준칙이다.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이 불가피했던 지난 문재인 정부와 대비해 긴축재정 및 재무건전성을 강조하면서 재정준칙 법제화를 강조해왔다.
정부가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는 주요 근거는 정부 재정에 적자성 채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적자성 채무는 대응 자산이 이미 있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세금 등을 통해 별도 재원을 마련해야 갚을 수 있어 '악성 채무'로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했던 '2022~2026년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적자성 채무가 지난해 597조 5천억 원에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기준 678조 2천억 원으로, 내년에는 721조 5천억 원으로 점차 증가하게 된다.
또 정부는 2024년 768조 5천억 원, 2025년 816조 5천억 원, 2026년 866조 1천억 원으로 적자성 채무가 갈수록 불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른 이자지출 비용도 내년 22조 9130억 원에서 2024년 25조 7705억 원, 2025년 28조 5255억 원, 2026년에는 30조 8753억 원으로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제공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 6일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으면 50년 뒤인 2070년에 국가채무비율이 192%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국가채무비율 목표에 따라 관리재정수지를 개선하라고 주장했다.
재정준칙의 내용에 관해서는 정부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안으로 관리하되,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에는 적자 수지 한도를 2%로 줄이도록 해 결국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지 못하도록 설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대규모 재해나 경제위기가 발생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때는 재정 준칙 적용을 면제하되, 위기가 해소되면 다시 준칙 기준을 준수하도록 복귀해야 한다.
이에 대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면서 재정준칙 법제화에 대해 "법률에 한도를 명시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구속력을 확보하겠다"며 "정기 국회 내 준칙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재정준칙이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현재의 야당들은 확장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여당임에도 지난 문재인 정부가 내놓았던 재정준칙 방안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더구나 비록 윤석열 정부는 당장 내년 예산부터 재정준칙을 지키겠다지만, 정부가 강조하는 '건전재정'으로 심화되고 있는 경제 위기에 대응하고 복지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냐는 점은 아직 미지수다.
코로나19 사태 후폭풍 속에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경기 위축이 이어지면서 경제위기가 내년에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가 재정의 역할이 다시금 강조될수록 재정준칙 논의에도 힘이 실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