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대리수술' 사건으로 논란이 된 유명 관절전문병원이 이번엔 정식 의료기술로 인정되지 않은 치료술을 환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시술하고, 치료비를 우회해서 받은 등의 의혹으로 경찰의 내사 대상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치료술은 환자의 둔부에서 지방 조직을 채취해 줄기세포를 분리한 뒤 무릎 등 치료 부위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제한적 의료기술' 승인을 받아 조건부로 시술해야 하지만, 병원은 이를 어겼다는 의혹이다. 수사 향방에 따라 대리수술 사건에 이어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1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서초구 연세사랑병원 병원장 A씨의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사기, 의료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내사(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달 말 서울서부지검에 연세사랑병원을 고발했으며, 검찰은 마포서로 사건을 이송했다.
내사 대상은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술이다. 환자의 둔부에서 지방 조직을 채취해 지방 줄기 세포를 분리한 후, 관절경 수술 또는 관절 절개수술을 하고 자가 지방 줄기세포와 피브린글루(혈액 응고 접착제)를 혼합해 도포하는 방식이다.
모든 새로운 의료기술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강보험시스템상 의료시장 도입이 불가능하며,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신의료기술평가에서 탈락한 연구 단계 의료 기술 중 근거 창출을 돕기 위해 지난 2014년 '제한적 의료기술 제도'가 도입됐다. 해당 기술을 통해 임상결과를 축적하고 신의료기술평가에 재도전하라는 의미다. 이 기간 중에는 환자들에게 사전 동의를 받고 진료비를 일부 받을 수도 있다.
연세사랑병원은 지난 2018년 4월 '근골격계 질환에서의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술'에 대해 제한적 의료기술 승인을 받았다. 시술 인정 기간은 2018년 5월 1일부터 지난해 4월 30일까지다.
하지만 해당 병원은 제한적 의료기술 시술 인정 기한이 종료된 후에도 시술을 계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술 비용은 병원이 직접 받지는 않지만, 해당 병원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한 의료기기 업체에서 지방 줄기세포 보관 비용을 받았다. 환자들에게 자가 지방 줄기세포 시술료 180만 원을 받고 시술한 후 업체에서 지방 조직에 대해 냉동 보관을 한다며 보관료 명목으로 190만 원에서 340만 원 상당을 받는 방식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요양급여의 구체적인 방법, 절차, 범위, 상한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되, 보건복지부 장관은 요양급여 대상과 비급여 진료 대상을 별도로 정해 고시하도록 했다. 복지부 장관이 별도로 고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의사가 환자에게 진료를 하고 비용을 받는 행위는 법 위반에 해당한다.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술의 경우 요양급여, 비급여 진료 대상으로 고시되지 않아 시술 비용을 받을 수 없지만, 치료비를 사실상 우회적으로 받았다는 점이 논란이 되는 셈이다.
현재 관절 치료에 있어 승인된 의약품 외 줄기세포 '시술'이 신의료기술 자격을 획득한 것은 지난 2011년 통과된 '연골결손 환자에서의 자가골수 줄기세포 치료술'이 유일하다. 이 시술의 경우 인정 대상은 '15세 이상, 50세 이하의 연령층', '외상 등으로 인한 연골 손상(ICRS grade 3-4)', '최대 연골 손상의 크기 2~10㎠'로 한정하고 있다.
서초구 연세사랑병원 전경. 연세사랑병원 홈페이지 캡처한편 병원 측의 치료 기술 홍보도 의료법 위반 의혹을 낳고 있다. A 병원장은 방송, 신문, 유튜브 등에 출연해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술울 광범위하게 홍보해왔다. 의료법상 검증 되지 않은 치료술을 허위 또는 과장 광고를 할 경우 법 위반에 해당한다.
특히 해당 병원은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술이 퇴행성 관절염 '초중기'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제한적 의료기술에서 승인 받은 치료술은 퇴행성 관절염 '중말기'를 범위로 두고 있다. 제한적 의료기술에서 허용하는 시술 범위를 확대해 홍보했다는 논란도 예상된다.
서민민생대책위 측은 "마치 모든 퇴행성 관절염에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 과장 보도해 이를 믿고 찾아온 환자들에게 자가 지방 줄기세포 시술을 하고 고액을 받아 환자들을 기망했다"며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는 사기행위"라고 주장했다.
해당 병원은 지난 2008년부터 줄기세포 치료를 연구하며 해당 치료 부분에서 유명세를 떨쳐왔다. 관철, 척추 질환 분야 전문성 및 복지부가 지정한 관절 전문 병원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해왔으며. 수만 건의 수술 실적을 내세워왔기에 향후 수사 방향에 따라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병원 측은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 논란과 관련 "그동안 상당한 연구와 논문 자료 등이 축적되어 있고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며 "불법 요소는 전혀 없고, 환자들에게 충분한 사전 동의 및 고지를 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해당 병원은 '대리수술' 사건에도 휩싸인 바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의료사고 전담수사팀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의료법, 의료기기법 등 위반 혐의로 지난 7월 A 병원장과 의료기구업체 영업사원 등 16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해당 업체는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술과 관련 치료비를 받은 업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