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쌍방울그룹이 경기도의 대북교류행사를 우회 지원한 시기와 맞물려 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북한 광물자원 개발을 추진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 무렵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만든 한 비영리법인은 남북 광물자원 협력을 그해 주요 사업으로 선언하며 개발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쌍방울이 이 전 부지사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대북사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이 북한 광물자원 개발을 추진한 시기부터 이 전 부지사에게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을 제공한 내역을 파악하고, 대가성 여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2018년 10월 24일 국회에서 '북한 광물자원 개발 포럼'을 개최했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現 킨텍스 대표이사)가 2008년 설립한 민간단체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취임하기 직전까지 단체의 이사장을 지냈다.
당시 포럼에서는 남북 광물자원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향후 북한과 경제협력이 재개되면 연간 국내 수요가 100억원 이상이면서 북한 매장량이 풍부한 5대 광물의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특히 5대 광물 중에서도 북한의 마그네사이트는 별도 주제로 다루면서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럼이 열린 2018년 10월은 경기도가 민간단체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와 공동으로 대북교류행사를 준비하던 시기와도 겹친다. 이화영 당시 부지사는 행사 유치에 앞장서면서 같은달 2차례나 북한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쌍방울은 예산이 부족했던 경기도의 대북교류행사에 아태협을 거쳐 수억원을 대는 등 이른바 '우회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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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제1회 대북교류행사가 끝나고 한달여쯤 지난 2019년 1월 8일 공동 주최측인 아태협의 안모 회장은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現 SBW생명과학)의 사내이사로 영입됐다. 또 같은날 나노스는 '광산 개발업'과 '해외자원 개발업' 등을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양선길 당시 나노스 대표이사는 "민간 차원에서 북측과 활발하게 교류해온 아태협을 통해 남북경제협력사업에 실질적인 기여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북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시 쌍방울이 나노스를 내세워 북한 단천 지역의 마그네사이트 광산 개발에 진출하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내화물 원료인 마그네사이트의 북한 내 매장량은 세계 1, 2위를 다툰다. 그중 함경남도 단천군의 마그네사이트 광산은 다른 금속과 혼합물을 이루지 않고 거의 순수한 형태로 매장돼 있다.
나노스가 아태협 안 회장을 영입하면서 광물자원 개발에 뛰어든 시기 동북아평화경제협회도 '남북 광물자원 협력 기획'을 2019년도 주요 사업으로 설정했다. 해당 연도에 북한 광물자원 간담회를 개최하고, 중국 심양·단동 등의 마그네사이트 가공 공장에 이어 북한 현지 광산 방문을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스마트이미지 제공검찰은 쌍방울이 북한 광물자원 개발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 시점에 이 전 부지사가 만든 단체 역시 남북 광물자원 협력을 주요 사업으로 내세운 점이 미심쩍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취한 이득이 쌍방울의 대북사업에 모종의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돌아갔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쌍방울 법인카드로 1억여원을 쓴 내역을 포착하고 뇌물 혐의로 이 전 부지사의 킨텍스 집무실과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의 법인카드를 뇌물로 받기 시작했다고 적시한 2019년 1월은 나노스가 광물자원 개발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한 시점과도 동일하다.
이 전 부지사는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이던 2017년 3월 쌍방울 사외이사로 선임돼 약 1년 3개월간 근무했다. 이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됐고, 부지사 시절 아태협과 공동 주최한 대북교류행사에 쌍방울이 자금을 우회 지원했다. 당시 아태협의 후원사에는 쌍방울뿐만 아니라 나노스도 이름을 올렸다. CBS노컷뉴스는 이 전 부지사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했지만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