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부동산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분양시장도 이런 한파를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사태가 서울까지 빠르게 북상하면서 건설사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분양을 미루는 모양새다.
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경기 의왕시 내손동에 2633세대 규모로 공급하는 '인덕원자이SK뷰'는 지난달 20일 1순위 해당 지역 청약을 받은 결과 전체 11개 타입 중 5개 타입에서 미달가구가 발생했다. 기타지역 청약을 통해 미분양은 면했지만 수도권에서 대형건설사가 공급하는 대단지 신축 아파트에서도 해당지역 미분양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해당 단지만의 분위기가 아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9.8대 1이었지만, 올해 평균 경쟁률은 9.6대 1에 그치고 있다. 한화건설이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지난 3월 분양을 시작한 '한화 포레나 미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0.68대1이었지만, 전체 424세대 중 10% 정도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다.
실제로 미분양 주택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초만해도 '선당후곰'(일단 당첨되고 나중에 고민한다)'는 신조어가 통용될만큼 분양시장이 좋았기 때문에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만5천여 가구(전국) 수준이었지만, 8월 말 기준 3만2722가구로 배 이상 급증했다.
청약 불패 지역으로 여겨지던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이어지고 있다. 8월 말 기준 서울·수도권 미분양은 5012가구로 2019년 12월(6202가구)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인천은 1222가구로 한 달 만에 미분양이 배 이상(678가구) 증가했다. 지난달 1·2순위 청약이 미달돼 무순위 청약(줍줍)을 진행한 단지는 34곳인데 이 중 67%(서울 7곳·경기 10곳·인천 6곳)이 수도권이었다.
업계에서는 분양 전망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8월보다 17.6포인트 떨어진 43.7을 기록했다. 2017년 11월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저치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상당수 건설사는 목표한 분양을 미루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10대 대형건설사(2022년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순위 기준)의 올해 계획한 주택 공급 물량은 18만5039가구였는데 9월말까지 실제 분양된 가구는 8만7730가구로 비율로는 47.4%에 불과하다.
건설사별로 보면 현대건설이 3만405가구의 계획 물량 중 지난 9월까지 2만962가구를 분양하면서 68.9%의 달성률을 기록했고, GS건설(61.1%)과 포스코건설(51.4%)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물산은 계획했던 분양 중 8.8%밖에 분양을 하지 못했고, 현대엔지니어링도 계획했던 분양 물량 중 25%를 실제 분양하는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올해 계획된 분양 물량 중 40% 정도가 10~12월에 집중되어 있다"며 "3분기까지 분양된 물량이 적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초기계약률이 절반은 넘어야 건설사가 자금난 없이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데 계약률이 그보다 낮은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며 "정부가 규제 완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없다고 봐야하는데 이런 상황이 길어질 경우 중소 건설사들부터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서 나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분양이 속속 미뤄지면서 정부가 공언한 '임기 내 270만호 공급'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