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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EN:]"되살아난 공룡 DNA"…김창완, 산울림을 말하다



문화 일반

    [현장EN:]"되살아난 공룡 DNA"…김창완, 산울림을 말하다

    핵심요약

    6일 열린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기자간담회

    "산울림 노래가 이렇게 공룡처럼 되살아날 줄은 몰랐어요." (가수 김창완)

    가수 김창완이 6일 서울 망원동 벨로주 망원에서 열린 산울림 데뷔 45주년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뮤직버스 제공가수 김창완이 6일 서울 망원동 벨로주 망원에서 열린 산울림 데뷔 45주년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뮤직버스 제공
    1977년 밴드 산울림의 출현은 한국 가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김창완(보컬·기타)을 비롯해 김창훈(보컬·베이스), 김창익(드럼) 삼형제로 이뤄진 록밴드는 파격적인 사운드와 독창적인 스타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2008년 막내 김창익이 캐나다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들의 이름은 전설로 남게 됐다.
     
    그렇게 산울림의 주옥 같은 히트곡들이 45년의 시간을 거슬러 다시 살아났다. 데뷔 45주년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는 위대한 유산의 조명이자 산울림 DNA의 복원 작업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산울림 전작 17장과 김창완의 솔로 앨범 3장이 순차적으로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재발매 된다. 리마스터 앨범들은 모두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이 간직하고 있던 릴 테이프(릴에 감아서 사용하는 녹음 테이프)로 작업을 했다.

    두 차례 그래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이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를 디지털로 변환해 김창완의 감수 아래 섬세하게 리마스터 작업을 거쳤다. 이어진 래커 래팅(래커 판에 마스터 음원을 소리골로 새기는 작업)에는 세계적 마스터링의 거장 버니 그런드만의 손길이 더해졌다. 산울림의 음악들이 가히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새로운 수준'으로 재탄생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이유다.

    6일 서울 망원동 벨로주 망원에서 열린 산울림 데뷔 45주년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는 리마스터를 통해 새롭게 탄생한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대는 이미 나' 등 주옥 같은 명곡들을 청음하는 시간을 가졌다. 흐릿하게 뭉개져 있던 소리의 질감은 선명하고 풍성해졌고, 장막을 걷어낸 듯 생생한 음악이 펼쳐졌다.

    가수 김창완이 6일 서울 망원동 벨로주 망원에서 열린 산울림 데뷔 45주년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뮤직버스 제공가수 김창완이 6일 서울 망원동 벨로주 망원에서 열린 산울림 데뷔 45주년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뮤직버스 제공여기에 김창완이 직접 무대에 올라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노인의 벤치' '시간' 등 산울림의 대표곡과 자신의 신곡을 선보였다. 잔잔한 기타 선율과 함께 진정성에 기반해 호소력 짙은 보컬이 작은 공연장을 빈틈없이 채웠다.

    김창완은 "45년 전 제 목소리를 지금 듣는 게 상당히 슬프다. 지금에 와서 옛날 것을 끄집어 내서 무엇할까라는 생각이 앞서서 내키지 않는 작업이었는데 하고 나니 (영화) '쥬라기 공원'이 따로 있는 게 아니구나 싶다. '쥬라기 공원'의 피 안에 있던 공룡 DNA처럼 산울림 DNA를 끌어냈구나 싶었다. 저 당시의 떨림과 불안, 그런 게 다 느껴졌다. 이렇게 공룡처럼 되살아날지 몰랐다. 사라지는 건 사라지더라도 소중한 것들은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벅찬 소감을 말했다.

    이어 "처음 느낀 건 요즘에 내가 노래를 순 엉터리로 부르고 다니는구나. 가짜다. 이런 생각들이었다. 45년 전 목소리가 저를 '노래 똑바로 하고 다녀라'고 질책했다. 요새 제가 부르고 다니는 노래는 너무 겉멋이 들었다"며 "옛날에는 테이프 나온다는 거 하나로 기뻐서 오디오로 듣지도 못하고 LP판을 집에 가져갔다. 오밤중이니까 삼형제가 앰프 파워도 못 켜고 골방에 모여서 LP판만 턴테이블에 올리고 바늘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대고 들었다. 그게 다인 줄 알고 좋아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번 리마스터 작업을 한 마디로 '산울림의 부활'이라고 평했다.

    김창완은 "너무 소리가 다르다. 당시 저희가 국내 최고의 스튜디오에서 레코딩을 했었다. 열악한 환경이어도 할 때만 해도 기분이 너무 좋다. 그런데 (LP)판으로 들으면 왠지 소리가 쪼그라들고 불만이 많았다. 막내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 막내가 연주를 한대로 녹음이 나와서 얼마나 후련한지. 상업적인 모든 걸 떠나서 산울림을 지켜줬던 많은 분들께 큰 선물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어린 소녀에서 이제 할머니가 된, 오랜 세월 함께하는 팬들이 지금도 많은데 정말 감사하고 그 분들이야말로 산울림 지킴이"라고 진심을 내비쳤다.

    가수 김창완이 6일 서울 망원동 벨로주 망원에서 열린 산울림 데뷔 45주년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뮤직버스 제공가수 김창완이 6일 서울 망원동 벨로주 망원에서 열린 산울림 데뷔 45주년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뮤직버스 제공​​​​막내 고(故) 김창익을 떠나 보냈기에 더 이상 산울림 이름의 공연은 없지만 음악의 생명력은 남아 살아 움직이고 있다.

    김창완은 "김창완 밴드로 다녀도 산울림이 공연했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산울림 이름으로 다시 공연하는 일은 없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산울림 음악은 저희 형제 손을 떠나 이미 생명력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막내가 2008년 세상을 떠나 산울림에서 단절된 지 10여년이 지났다. 팬클럽에 젊은 분들도 많이 참여를 하고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산울림은 음악의 시대적 변화에 적응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산울림은 결국 기성 질서를 넘고자 한 청년 셋이 모여 새로운 변화를 이뤄냈다. 그 감각을 알고 있는 가요계 선배로서 아이돌 음악이 중심인 현재의 음악 시장에 대한 의견 역시 가감 없이 전했다.

    김창완은 "힙합 등 요새 후배들 노래를 사실 흘려들었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1977년 데뷔했을 때 생각이 났다. '저게 무슨 노래냐'는 반응이 있었고, 우리보다 어린애들은 환호했다. 버니 그런드만이 청년들이 만든 사운드를 가감 없이 듣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웬만하면 좋은 소리 해야 되겠다 싶었다. (산울림처럼) 50년 뒤에 무슨 평을 어떻게 받을지 알겠냐"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음악 시장의 쏠림 현상은 안타깝지만 어떤 음악이나 문화나 타고난 환경이 있다고 생각한다. 골고루 스포트라이트는 아니더라도 희미한 빛이라도 받았으면 하는 게 제 희망이다. 예술 장르에서는 앞서가는 예술가들에게 책임이 있다. 힘들어하지만 그들은 그런 고난을 뚫고 가야 된다. 사실 저는 엄청나게 척박한 환경에서 음악을 시작했고, 환경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 요즘만큼 좋은 때가 없는 것 같다. 빛을 덜 받아도 꿋꿋이 그 길을 걷는 분들께 환호와 갈채를 보낸다"고 격려와 조언을 보냈다.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이후 김창완은 새로운 아티스트 발굴에 힘쓴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뮤직버스가 '에꼴 드 고래'(고래 학교) 레이블을 출범해 김창완이 교장 선생님과 같은 역할을 맡아 산울림의 뒤를 이을 역량 있는 후배를 육성한다.

    리마스터한 산울림 1~3집 LP 예악판매는 오는 7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되며 1·3집 LP 발매일은 20일, 2집 LP 발매일은 22일이다. 올해 12월 22일까지 산울림 4~6집 LP를 발매하고 7~13집은 2023년 2월과 4월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산울림 1~13집 리마스터 음원 역시 내년 발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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