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어떻게 이런 범행을 저지릅니까. 선처하기로 했으니 수감 중 느꼈던 것들 명심하고, 앞으로는 어려운 일 닥쳐도 감정을 잘 절제하길 바랍니다."
12일 강원 춘천지법 103호 법정에 선 스물다섯 청년 A씨를 향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 황승태 부장판사의 따끔한 충고가 이어졌다.
황 부장판사는 "이 사건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다"고 털어놓으며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월 4일 오전 11시 20분께 강릉시 포남동 한 빌라에서 잠이 든 친구 B(24)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1시께 귀가 후 불을 켜고 밥을 먹었다가 B씨로부터 잠을 깨웠다는 핀잔을 들었고, B씨가 담배꽁초까지 던지자 범행을 저질렀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대학교 동기로 수개월 전부터 함께 지냈으나 생활 습관이 달라 다툼이 잦았으며, A씨는 B씨가 인터넷 도박자금 등으로 돈을 빌려 갔음에도 모욕적인 언행을 하는 등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평소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후 약 7시간 이상 피해자가 범행 장소를 떠나지 못하도록 감시해 사망에 이를 위험성이 매우 높았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종합했다"며 실형을 내렸다.
"형이 무겁다"는 A씨 주장을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큰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트라우마로 남을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해 선처를 간곡히 요청했고, 피고인이 수감 기간 참회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