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故)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최모씨. 박종민 기자가수 고(故) 구하라 유족이 전 남자친구 최모씨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가운데 유족 측이 이번 판결이 가지는 의미를 밝혔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민사9단독(박민 판사)은 지난달 고인의 오빠와 부친이 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씨가 78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최씨는 고인을 폭행하고 불법 촬영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로 지난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 받았다. 유족은 최씨 폭행 등으로 고인이 정신적 고통을 당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며 같은 해 7월 위자료 1억 원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최씨는 동영상이 유포될 경우 막대한 성적 수치심과 동시에 연예계 활동을 더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악용해 구씨(구하라)를 협박했다. 구씨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었을 것"이라며 "(구씨는) 어린 나이에 연예인 활동을 시작해 상당한 성공을 거둔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앞으로 삶에 대한 희망과 의욕을 상실할 정도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 구씨와 원고들(유족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결국 이번 판결은 최씨의 행위가 고 구하라의 사망과 연관성이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노종언 변호사는 13일 CBS노컷뉴스에 "사람이 불법행위나 사고를 통해 사망할 경우 법원이 정신적 손해 보상, 즉 위자료 1억 원을 인정한다. 최씨가 고인을 직접 죽인 건 아니지만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최씨의 폭행과 협박이 고인의 사망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그래서 사실상 죽음으로 내몬 것과 동일한 위자료 액수가 인정된 것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1억 원에서 조금 모자란 7800만 원 지급 판결은 친모 위자료 부분이 제외된 결과다. 고 구하라의 친모는 고인이 어린시절 가출해 연락을 끊었다가 고인 사망 이후 상속을 요구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는 일명 '구하라법'이 제정됐다.
노 변호사는 "자식을 버린 친모 상속분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소송에서 일관되게 주장을 했다. 사실상 재판부는 위자료 1억 원 인정을 한 건데 현행법상 친모 상속분이 일부 인정된 것에 따라 친모 위자료 부분은 빠졌다. 친모는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고, 따로 청구해야 된다. 나머지 유족들(오빠·부친)만 7800만 원 인정이 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현재 법원에서 정신적 손해배상 기준상 최대치를 인정해 준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위자료 액수가 대한민국 현재 상황과 물가, 그리고 유가족의 정신적 아픔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는 상처를 치유하기에 부족한 게 사실이다. 장기적, 제도적으로 법원에서 위자료 액수 기준을 상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뒤늦게 판결 소식이 알려진 데는 공론화를 원치 않는 유족들의 의지가 컸다.
노 변호사는 "애초에 유족들은 이 사건의 공개를 원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상처가 크기 때문에 이 사건 자체가 공론화되길 원하지 않았다. 조용히 아픔을 가족끼리 삭히면서 살고 싶어했다"며 "유족들이 판결문 공개를 원하지 않아 법원에서도 비공개 처리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