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갑작스러운 사업 종료와 전 직원 해고를 통보한 푸르밀 사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매각 등 자구책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예고도 없이 사업을 종료한 경영진에 푸르밀 직원들은 물론, 각계각층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정부도 푸르밀 해고 사태 조사에 착수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다음달 30일로 사업을 종료한다. 45년 동안 유제품 사업을 이어온 중견기업이 하루 아침에 문을 닫으면서 관련 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푸르밀의 사업 종료 배경에는 오너 일가의 '경영 실패'가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내달 10일 사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푸르밀은 저가 유제품을 타깃으로 해 왔는데 타사들도 비슷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경쟁력을 잃었어요. 또 우유 소비가 줄면서 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죠."유업계 관계자의 '지적'처럼, 현재 유업계는 저출산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기식과 성인식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건기식 전용 브랜드인 '셀렉스'를 론칭해 단밸질 음료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뼈 건강을 위해 출시한 '골든밀크'도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일동후디스는 프리미엄 단백질 건강식품인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를 출시했으며 빙그레 역시 '더 단백'을 론칭하며 당백질 건기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매년 10% 내외로 성장해 지난해에는 5조원을 넘어섰다. 푸르밀은 동종업계의 필사적인 '생존' 노력과 달리 유제품 사업 외에 다른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 못했다.
푸르밀은 지난 978년 4월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2007년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100% 인수해 2009년 푸르밀로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 2017년까지 전문경영인인 남우식 전 대표 체제 하에서 푸르밀은 꾸준히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신준호(81) 푸르밀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52) 대표가 회사를 단독 경영하면서 적자 경영이 시작됐다.
푸르밀은 신동환 대표 취임 직후인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019년 88억, 2020년 113억원 지난해에는 124억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신 대표는 지난 17일 사업 종료 및 정리해고 공고문을 통해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 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보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전했다.
매각 대신 폐업 택한 푸르밀, 수백억 세금 때문?
연합뉴스신 대표가 회사 매각 대신 사업 종료로 직원 350여명을 정리 해고한 점도 논란이 됐다.
회사를 매각하면 예상한 금액 이하에 회사가 팔리더라도 직원들의 고용안정성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푸르밀은 사업 종료로 직원들은 정리 해고하면서 법인은 폐업 절차를 밟지 않고 그대로 남겨뒀다.
이를 두고 노조는 수백억에 달하는 법인세를 내지 않으려는 오너 일가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푸르밀 노조는 "법인을 청산할 경우 면제받은 수백억 법인세를 다시 납부해야 한다"며 "세금을 피하려고 법인을 그대로 둔 채 직원들만 정리 해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또 신 회장이 올해 초 퇴사 당시 퇴직금 30억원을 챙겨갔다며 오너의 부실 경영이 푸르밀 사태의 핵심이라고 날을 세웠다.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해왔던 낙농가와 푸르밀 상품 공급 계약을 맺은 유통업체도 날벼락을 맞았다.
푸르밀에 원유를 납품하는 낙농가는 대략 50여곳. 그 중 20곳은 푸르밀에 독점으로 원유를 납품해 왔다.
유업계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거래처를 잃은 낙농가들의 상황도 심각하다"며 "납품할 곳이 없어 하루 4만톤의 우유를 그냥 버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푸르밀에 원유를 납품해 온 낙농가는 오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 앞에서 상경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노조 역시 집단 행동을 준비중이다. 사측에 사업종료 결정을 철회해 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한편 법적 대응을 검토중이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푸르밀의 임직원 전원 해고 통보에 대해 절차상 해고가 합당한 지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