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망 이용료' 의무 부과 법안에 반대하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Content Provider‧콘텐츠제공사업자)들이 국정 감사장에 나와 국회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여야 의원들은 구글‧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거두고 있음에도 망 이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지만, 이들 CP 측은 이미 통신 환경 개선에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與野, 국회 나온 구글‧넷플 집중 난타…고성‧질타 압박 공세
21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CP 측 증인들을 집중 공략했다. 앞서 망 이용료를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모두 7개가 발의된 상태다.
그동안 해당 CP 측은 해당 입법 논의를 위한 공청회 등에 대리인 격인 인사들을 출석시키며 정면 대결을 회피해왔지만, 이번엔 모습을 드러냈다. 당초 국회는 구글‧넷플릭스 측 외국인 임원들에 대한 출석을 요청했지만 해외 거주 등을 이유로 출석이 불발됐다. 이에 따라 김경훈 구글코리아에선 김경훈 사장이,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에선 정교화 전무 등이 나왔다.
사실상 첫 대면 질의‧응답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과 정 전무 등이 국내 이용자 숫자, 연간 매출 등 주요 사안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의원들은 고성 섞인 질타를 이어갔다.
연합뉴스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은
"국내에서 구글‧넷플릭스의 트래픽 비중은 전체 대비 3분의 1이상인데, 향후 공유지의 비극이 인터넷 망에서 일어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전향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망 이용료 부담을 주문했다.
같은당 소속 김영식 의원도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경우에는 한국 ISP에 돈을 내고 있는데, 글로벌 CP는 망 이용료를 부담하지 않는 게 공정한 시장이라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구글 측 김 사장은 "캐시 서버 부분에 대해선 망 사업자와의 협의를 통해 진행되는 부분"이라며 "구글도 접속료를 내고 있고, 접속료를 낸 CP는 이용자가 콘텐츠를 어디서 요구하든 자유롭게 망을 사용해야 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사실상 입법 반대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해 10~12월 국내 트래픽 중
구글 27.1%, 넷플릭스 7.2% 등을 기록했다. 트래픽 양이 현저히 낮은 네이버(2.1%)나 카카오(1.2%)도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구글 측은 '접속료'와 '망 이용료' 개념을 분리해 접근하는 반면, 국내 ISP 측은 이미 통합된 개념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등 개념 설정에서부터 평행선을 달리며 혼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구글 주도 '유튜브' 여론전 도마…반대 서명 운동 '오픈넷' 후원 논란도
망 이용료 의무부과 문제가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구글이 자사 소속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입법 반대 여론전'에 돌입한 부분도 언급됐다. 유튜브 측이 망 이용료가 부과될 경우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에게 해당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공포 마케팅'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망 이용료를 내게 되면 유튜버들에게 (비용을) 전가하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김 사장은 "저희 입장에선 비용 구조가 바뀌면 사업 운영 모델이 바뀔 수 있다"고 답했다. 현재의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
유튜버들에게 불리한 수익 배분 구조로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 측이 최근 본격적인 입법 반대 여론전에 돌입한 것을 두고 사실상 유튜버들을 강제로 선동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구글 본사 차원에서 반대 서명 운동을 광고하는 등 여론전에 나선 것이냐"고 물었고, 윤영찬 의원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구글이 반대 운동을 호소한 것은 협박이나 마찬가지"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구글 유튜브 아태지역 명의로 블로그에 글이 게시됐다"며 "유튜버들에게 호소를 부탁드린 것이지 선동하거나 어떻게 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연합뉴스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입법 반대' 서명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사단법인 오픈넷이 구글코리아로부터 그동안 수억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밝히며 배후 선동설을 제기했다. 변 의원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지난 2013년 오픈넷 설립 당시 3억원, 올해 2억2000만원 등 5억원 이상을 후원했다.
이에 김 사장은 "오픈넷에 오랫동안 저희가 기부해 온 것은 맞다"면서도 "여러 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후원 금액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인앱결제 강제 금지' 입법 당시 상황을 거론하며 "오픈넷 통해 망 사용료 등 구글에 불이익이 될 수 있는 정책에 대해 활동하는 것 아닌가"라고 구글코리아를 입법 로비 집단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구글 vs 통신업계 신경전…글로벌 논쟁으로 확산
국내 입법 논란이 고조되면서 인터넷 규제 관련 전문가인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 교수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한국에서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며 구글을 저격했다.
레이튼 교수는 지난 20일 온라인 세미나에서 "미국 테크 기업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최종 소비자들에게 해를 입혀왔다"며
"컨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줄 금액을 줄이겠다고 하는 게 바로 구글이 전쟁을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구글은 자사 플랫폼인 유튜브의 크리에이터들까지 동원해 서명 운동을 펼치는 동시에 우회적인 여론전도 병행 중이다. 구글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사단법인 오픈넷 홈페이지에는 이날 기준 '망 사용료법 반대'에 약 26만명이 서명한 상태다.
글로벌 CP들과 국내 통신업계 간 갈등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정작 일반 소비자의 이익을 위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과거 국내 통신사들이 아이폰 상륙 당시 자신들의 이익 관철을 주장하면서 대중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적이 있다"며
"'양치기 소년'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남아 있어서 나름 합리적인 주장을 해도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