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에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줄여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면서 11일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최대폭 하락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3% 이상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77.5원)보다 59.1원 급락한 1318.4원에 마감했다. 2009년 4월30일(58.7원 하락)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앞서 미국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7.7% 올랐다고 전날 발표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9월 상승률(8.2%)은 물론 시장 예상치(7.9%)도 하회하는 수준으로 둔화된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대로 내려온 것도 올해 2월(7.9%) 이후로 처음있는 일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뺀 근원 CPI도 1년 전보다 6.3% 올랐는데, 이 역시 9월 상승률(6.6%)과 시장 예상치(6.5%)를 모두 밑도는 수준이다.
이처럼 눈에 띄는 물가상승률 둔화는 연준이 금리인상폭을 줄여나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고, 달러 가치 하락으로 연결됐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앞서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아왔던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빅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상폭을 줄일 것이라는 예상이 85.38%로 반영됐다. 하루 전 56.77% 대비 크게 상승한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0선에 머물다가 물가 발표 이후 급락해 107선까지 하락했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 기대도 원‧달러 환율 급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보건당국은 같은날 해외 입국자의 시설 격리 기간을 종전 10일에서 8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주식시장에선 외국인‧기관 매수세가 확대되며 훈풍이 불었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0.93포인트(3.37%) 급등한 2483.16에 마감했다. 작년 2월 25일(3.5%)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8331억 원, 기관은 1조 970억 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은 1조 9천억 원 어치를 팔아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