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회장. 연합뉴스재판 직전 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나흘째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지명수배 하는 등 추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이 도주 과정에서 전자팔찌를 끊은 것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14일 경찰 및 법무부에 따르면 서울보호관찰소는 지난 11일 김 전 회장이 도주한 직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김 전 회장 주거지를 고려해 사건은 수서경찰서로 이관됐다.
강력사범의 경우 전자장치 훼손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이 있지만, 보석으로 풀려난 피고인의 경우엔 해당하지 않는다. 법무부는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김 전 회장에 대해 공용물건손상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의뢰했다.
수원여객과 스타모빌리티 자금 수백억 원을 빼돌리고 정치권과 검찰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은 지난 11일 오후 3시 서울남부지법에서 결심 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재판 1시간 30분 앞두고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부근에서 전자장치를 끊고 달아났다.
이에 잠적 직후 서울남부지검은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밀항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그를 지명수배한 뒤 경찰에 공조 요청했다. 지난달 김 전 회장의 수감 동료로부터 그가 '중국 밀항 준비 중'이라는 첩보를 수집하는 등 사전에 도피 정황을 확보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도주 나흘이 지나면서 김 전 회장이 이미 해외로 밀항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합뉴스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적하고 있다"면서도 "자세한 사항은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도주한 경로와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조카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A씨가 김 전 회장과 휴대전화 유심칩을 바꿔 끼우고 차량 블랙박스에서 메모리카드를 빼놓는 등 김 전 회장과 도주를 사전에 계획하고 도운 정황을 포착했다.
앞서 검찰은 이전에도 김 전 회장이 도주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검찰은 지난 9월 14일 첫 번째 구속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김 전 회장이 보석 이후 1년 넘게 재판에 출석하면서 보석 조건을 위반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고,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낮다"며 기각했다.
이후 지난달 7일 검찰은 김 전 회장 수감 동료로부터 '중국 밀항을 준비했다'는 첩보를 접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으나 법원은 재차 기각했다. 법원은 "보석 결정의 취지가 충분히 존중돼야 하고 보석 이후 현재까지 취소사유(도주나 증거인멸)에 해당할 만한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6일 보석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으나 이 또한 기각됐다. 검찰은 "보석을 취소해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가져온 라임 사건 주범의 도주를 막아야 한다"며 "김 전 회장이 재판 기간 중 성실히 출석했다는 점이 선고기일 출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후 지난 11일 김 전 회장이 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하자 검찰은 확인 즉시 재판부에 통보했고 법원은 이날 14시 50분쯤 보석 취소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