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986년 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8강전에서 사용된 축구공이 경매에서 200만 파운드(약 31억7천만원)에 낙찰됐다.
보통 축구공이 아니다. '신의 손'이 닿았던 축구공이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는 잉글랜드와 8강전에서 헤더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마라도나의 득점 인정은 오심이었다. 머리 위로 살짝 뻗은 손에 맞고 굴절된 공이 골문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마라도나는 논란에 당당하게 맞섰다. "내 머리와 신의 손이 함께 만들어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신의 손'으로 유명해진 이 골은 월드컵 역사에서, 더 나아가 축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았다.
당시 심판을 맡았던 튀니지 국적의 알리 빈 나세르는 무려 36년 동안 이 공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모두와 공유할 적절한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다며 '신의 손'과 함께 했던 공을 경매에 내놓은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구매자가 이 공을 전시해주기를 희망했다.
외신에 따르면 '신의 손' 축구공은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그레이엄 버드 옥션 하우스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200만 파운드에 낙찰됐다.
빈 나세르는 경매에 앞서 마이크를 잡고 당시 오심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나는 골 장면을 정확하게 보지 못했다"라며 "규정에 따라 선심을 바라봤고 그로부터 골이 들어갔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끝나고 바비 롭슨 잉글랜드 감독이 내게 '당신은 잘했는데 선심이 무책임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8강전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장면은 또 있다. '신의 손' 헤딩 골이 터진 이후 4분 만에 나온 마라도나의 두 번째 골 장면이다. 마라도나는 중앙선 부근부터 약 70m를 질주해 골을 터뜨렸다.
마라도나의 두 번째 골은 2002년 월드컵 세기의 골로 선정됐다.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를 2-1로 눌렀고 기세를 몰아 멕시코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