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인구 위기 막을 돈으로 관광 시설 보수…지방소멸기금 논란

부산

    인구 위기 막을 돈으로 관광 시설 보수…지방소멸기금 논란

    인구 감소·지방 소멸 막기 위해 지원하는 지방소멸기금
    부산은 서구와 동구, 영도구 등 수백억원 지원받아
    대부분 인구 문제와 동떨어진 건축·리모델링 사업 등에 예산 사용
    부산 서구는 '해수욕장 관광 안내소' 개선 사업에 기금 투입
    "일자리 문제 등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에 예산 써야" 각계 비판

    부산 원도심 일대 전경. 부산 서구청 제공부산 원도심 일대 전경. 부산 서구청 제공
    부산지역 지자체가 정부로부터 받은 '지방소멸기금'을 노후 시설 정비 등 지원 취지와 동떨어진 사업에 투입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기금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목적에 대한 고민 없이 사업을 계획했다며, 일자리 등 인구 감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 서구는 지방소멸대응기금 140억원을 확보해 '백년 송도 해양관관 인프라 확충 사업'을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정부가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감소 등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 차등 지급하는 예산이다. 부산에서는 서구 외에도 영도구와 동구가 인구 소멸 지역으로 지정돼 기금을 지원받았다.

    서구는 이 예산을 활용해 송도해수욕장 임해행정봉사실 등 거점 시설을 리모델링 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시설이 2006년에 지어져 낡은 만큼, 정비 사업을 통해 관광객 유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복도로에 승강기를 설치하고 지역 내 경로당을 정비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하지만 서구의 이같은 계획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을 막겠다는 기금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서구의회 하명희 의원은 "구가 계획한 사업들이 인구소멸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관광 활성화로 인한 인구 유입은 일시적인 것"이라면서 "기금을 출생과 청소년, 청년과 연계된 사업에 쓰면 몰라도 건축이나 토건 등에 쓰는 건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중구 일대 전경. 부산 중구청 제공부산 중구와 영도구. 부산 중구청 제공
    지방소멸기금 126억 원을 받은 영도구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구는 자체적으로 세운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 계획'에 따라 어울림문화공원 냉난방 시스템을 교체하는 등 공공시설 리모델링 사업에 기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기금을 지원받은 지자체들이 노후 시설 정비나 건물 신축 등 인구 감소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업에만 몰두하면서 곳곳에서 기금의 목적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김형빈 동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기금을 활용한 사업이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해줄 수는 있겠지만, 지역 인구 문제 감소에 도움을 준다고 볼 수는 없다. 기금의 목적을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며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은 '일자리'인 만큼, 지역 인프라 투자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해당 예산이 센터 건립 등 건물을 짓는 데 사용되는 것은 기금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 보인다"며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를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충분히 연구하고 세밀하게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해당 지자체들은 여러 사업을 통해 주민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함으로써 인구 소멸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거라며 사업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 서구 관계자는 "해당 사업이 진행되면 주민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관광객 등 인구와 자본의 지역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행정안전부 공모에서 심사와 검토를 통과한 사업 계획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