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연합뉴스"비교적 약체라고 생각하는 팀과 맞붙을 때 선수들이 느끼는 동기부여는 최상의 상태가 아닌 경우가 있다. 그게 정상이다"
22일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C조 첫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2-1로 꺾는 이변을 일으킨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르베 레나르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
레나르 감독은 우승후보로 평가받는 아르헨티나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1위에 불과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다소 방심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는 있다. 하지만 상상해보라.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할 때 생기는 동기부여는 브라질을 상대할 때의 동기부여와 같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레나르 감독의 말은 아마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변의 희생양이 된 아르헨티나의 마음가짐은 패배 직후 곧바로 달라졌다. 공격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는 남은 조별리그 2경기를 '결승전'이라 표현했다. 그는 "우리의 실수가 패배로 이어졌다"며 "이게 바로 월드컵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두 번의 결승전이 더 남았다"고 말했다.
미국 통계전문회사 닐슨 그레이스노트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꺾을 확률은 8.7%로 이는 역대 월드컵 최대 이변이라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란은 향후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아르헨티나의 패배는 각 조별리그에서 강팀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에게 강한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의 경기 이후 양팀 선수단의 인터뷰를 종합하면 그들은 "월드컵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한국이 속한 H조에서 강팀으로 평가받는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팀들에게는 역대급 이변이 희망으로 작용할 수 있다. FIFA 랭킹 51위 팀도 우승후보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언더독'은 더 강한 자신감을 안고 강호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특히 더 그렇다.
한국시간으로 23일 오후부터 24일 새벽까지 강호와 '언더독'의 대결이 연이어 펼쳐진다. F조에서 모로코(22위)가 지난 대회 결승 진출팀 크로아티아(12위)를 만난다. 일본(24위)의 E조 첫 경기 상대는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독일(11위)이다.
이어 E조에서는 스페인(7위)와 코스타리카(31위)가 격돌하고 벨기에(2위)와 캐나다(41위)의 F조 경기도 이어진다. 흥미로운 대진의 연속이다.
그리고 24일 오후 10시에는 한국(28위)과 우루과이(14위)의 H조 첫 경기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