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핼러윈참사 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의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내 일부로부터 반발을 사면서 찜찜한 마무리를 지었다. 국정조사계획서는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상처 입은 리더십을 안고 예산정국을 다시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
'반대' 수렴 뒤 다시 의원총회…'대검찰청' 포함한 합의문도 다시 도마에
주 원내대표의 제안에서 시작된 '선(先)예산 후(後)국정조사'는 이번 주 당내 뜨거운 이슈였다. 이미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국정조사 불수용' 방침에 의견을 모은 지 이틀 만에 '조건부 수용'으로 방향을 튼 것이기 때문이다.
"의원총회에서 나온 불수용 결론을 사실상 뒤집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결정 아니냐"(당내 초선 의원) "앞서 초선, 재선, 중진의원별 간담회에서도 유사한 결론이 이미 나왔던 사안인데, 밖에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지, 나부터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당내 중진 의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어렵사리 23일 오후 늦게 '용산 이태원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에 여야 합의문을 만들었지만, 국정조사 대상 가운데 대검찰청이 포함됐다는 점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경찰에 마약 수사 지휘도 할 수 없는 대검찰청을 포함해 정쟁으로 몰고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우여곡절 끝에 대검찰청을 포함하되, 마약 관련 부서만 대상으로 한다는 데 여야가 합의하고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섰지만, 이 과정에서 당 안팎에선 노골적인 '반대' 기류가 조성되기도 했다. 24일 본회의 전 국회를 찾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취재진에게 "(국정조사) 대상이 아닌 기관들을 부르는 건 목적에 어긋난다. 그런 것들이 있으니 논란이 생기는 것 아니겠냐"는 한편 대통령실이 많이 빠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많이 빠진 게 뭐가 있나. 경호실 하나 빠졌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본회의 투표장에선 장제원, 윤한홍, 이용 의원을 비롯한 친윤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하기도 했다.
'그래도 다시 한번'…"이럴수록 당내서 힘 실어야"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의건'이 통과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같은 원내·외 일부 반대 기류와 함께 앞으로 연말 예산 협의와 세제 개편을 둘러싸고 여진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내에선 '그래도 주호영'이란 여론이 강하다.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당 스스로 흠집 내선 안 된다는 경계심이다.
"대검찰청을 포함하냐는 문제에서 부침이 생기기도 했지만, 원내대표에게 일임하자는 결론 아니었냐. 불수용 결론을 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미 다수의 의원이 민주당이 내건 당시 조건에 반대한다는 거였지, 이를 일부 바꾸고 예산도 같이 다룬다면 사정이 다르다"(당내 초선 의원) "원내대표로서 고민은 국회 밖은 물론 일반 의원들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국정조사 질의나 예산 처리 문제에서 또 다시 삐걱거린다면 또 다시 잡음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이럴수록 당내에선 힘을 실어줘야 한다"(당내 다선 의원)는 것이다.
대통령실 역시 우선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5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 여당 지도부가 함께한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지도부와 현안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여러 차례 "고생이 많다. 앞으로도 갈 길이 쉽지 않으니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주 원내대표를 '선배'라 부르고 먼저 포옹도 건넨 것으로 참석자들은 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특별히 '재신임'이라 말할 것도 없이, 대통령께선 이미 당이나 원내 지도부 몫이라고 공공연하게 말씀하시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