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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선으로 끊어진 연'…남북 이산 부부 은행나무를 아시나요?[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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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선으로 끊어진 연'…남북 이산 부부 은행나무를 아시나요?[영상]

    천연기념물 304호 '볼음도 은행나무'
    대홍수에 남·북으로 떨어진 부부 은행나무 전설
    "평화의 바람, 은행나무에 담아"…민속행사·평화정원 등 잇달아
    "남북평화가 와야 미래도 있다"



    "이곳은 민간인 출입통제선 구역 안입니다. 섬이지만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거나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것도 할 수 없어요. 바다를 평화롭게 나갈 수 있다면 좀 나을 텐데 앞으로도 내 인생이 나아질 거란 희망이 없지요."
     
    28일 인천 강화군 서도면 볼음2리 안말 바닷가 볼음저수지 인근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이 지역 주민이 한 말이다. 올해 73살을 맞은 이 주민은 "남북 관계가 풀려야 주민들이 삶도 나아질 수 있는데 오히려 얼어붙고 있어 안타깝다"며 "이 은행나무와 우리의 처지가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천연기념물 304호 '볼음도 은행나무'


    볼음도는 강화도와 다리로 이어진 석모도의 서쪽, 인천시 강화군 서도면 섬 무리 중 하나다. 주문도와 볼음도, 아차도, 말도 등으로 이뤄진 이 섬들 가운데 볼음도에는 우리의 남북관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천연기념물이 있다. 바로 볼음도 은행나무다.
     
    볼음도는 강화도 서편 외포리 선착장에서 직선거리로 약 15㎞, 북한 황해남도 연안군과는 불과 5.5㎞ 떨어져 있다. 천연기념물 제304호인 '강화 볼음도 은행나무'는 볼음2리 안말 바닷가 볼음저수지 옆에 선 거목이다. 1982년 11월 2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올해로 40년을 맞았다.
     
    800살 정도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가슴높이 줄기 둘레 9m, 밑동 둘레 9.8m, 키 24m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가지의 길이도 동쪽 13.5m, 서쪽 12.2m, 남쪽 12.8m, 북쪽 10.3m에 달한다.
     

    인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304호 은행나무(수나무) 모습. 박철웅PD인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304호 은행나무(수나무) 모습. 박철웅PD

    대홍수에 남·북으로 떨어진 부부 은행나무 전설


    그러나 이 은행나무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나이와 크기 때문이 아니다. 이 나무에는 기록은 없지만 볼음도 주민들에게 오래전부터 구전돼 오고 있는 사연이 있다. 이른바 '이산가족 은행나무'다.
     
    800년 전 어느 여름 날 폭우가 내린 뒤 뿌리째 뽑힌 은행나무 한 그루가 볼음도 북쪽 바닷가로 떠밀려 왔다. 이를 발견한 주민들이 나무를 건져 바닷가 산자락에 심었는데 다행히 잘 자랐다. 오가는 어민들을 통해 이 나무가 황해도 바닷가 마을(현재 연안군 호남리)에 있던 암·수 한 쌍의 은행나무 중 대홍수 때 뽑혀 나간 수나무인 것을 확인했다. 그 뒤 볼음도와 연안군 주민들은 정월 그믐날이면 서로 연락해 각각 은행나무 앞에서 풍어제와 동시 헤어진 부부 나무의 안녕을 바라는 의식을 치렀지만 남북 분단 이후 그 명맥이 끊겼다.
     
    이후 볼음도에 있는 수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4호, 연안에 있는 암나무는 북한 천연기념물 제165호로 지정됐다. 볼음도 주민들은 이 수나무를 '할아버지 나무'라고도 부르며 아꼈다. 나무의 가지를 태우면 재앙이 내려온다는 소문을 내 나무가 다치지 않도록 하는 데 힘쓰기도 했다.
     
    한국전쟁처럼 나라가 위태로울때마다 우는 소리를 냈다거나 북한에 두고 온 암나무를 부르는 소리를 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황해남도 연안군에 있는 북한 천연기념물 제165호 은행나무(암나무) 모습. 문화재청 제공황해남도 연안군에 있는 북한 천연기념물 제165호 은행나무(암나무) 모습. 문화재청 제공

    "평화의 바람, 은행나무에 담아"…민속행사·평화정원 등 잇달아


    남북 분단 이후 암나무에 대한 소식이 끊겼지만 남북관계가 회복되면서 2018년 60여년 만에 부부 은행나무가 '원격 상봉'을 하기도 했다. 은행나무 부부의 아픔을 달래고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남과 북의 주민들이 함께 기원했던 은행나무 행사를 문화재청이 2018년 복원했다.
     
    지난해에는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 인천시교육청, 사단법인 평화의 숲 등이 힘을 모아 이 은행나무 주변을 '평화정원'으로 가꿨다. 수백년에 걸쳐 서로 안녕을 기원했던 부부 은행나무처럼 남북간 화해와 상생, 평화와 공존을 바라는 정원을 꾸민 것이다.
     
    평화정원 조성사업을 추진한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서로 마주봐야 비로소 열매를 맺는 은행나무의 속성과 과거 남북 주민들이 함께 떨어진 부부 은행나무를 소중히 아꼈던 이야기, 민통선이라는 지역 특수성 등을 고려해 제1호 평화정원을 볼음도 은행나무로 정했다"며 "남북 이산의 아픔을 위로하고 화해와 평화를 상징하는 곳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 인천시교육청, (사)평화의숲이 '강화 볼음도 은행나무' 주변에 조성한 평화정원 모습. 박철웅PD지난해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 인천시교육청, (사)평화의숲이 '강화 볼음도 은행나무' 주변에 조성한 평화정원 모습. 박철웅PD

    "남북평화가 와야 미래도 있다"


    볼음도 주민들은 남북평화가 찾아와야 볼음도가 생기를 되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볼음도는 섬이지만 농촌이다. 북한과 인접해 조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한을 많이 받는 어업 대신 바다를 막아 만든 간척지에서 농업, 쌀농사를 주로 한다. 정부의 인위적인 제약이 많다보니 경제활동이 농업으로 강제됐고 생산성도 낮아 젊은이들이 모두 섬을 떠났다.
     
    예전엔 한국전쟁 피난민들, 특히 강 건너 황해도 출신 주민들이 많았지만 70여년의 세월이 흐르며 실향민 1세대는 모두 세상을 떠났다. 한때 1000면이 넘던 인구는 이제 240여명이 전부고 대부분 60대 이상이다. 3년 전에는 유일한 초·중학교였던 서도분교가 폐교했다
     
    볼음도 토박이라고 밝힌 한 주민은 "남북관계가 나빠질수록 우리의 행동반경은 좁아지고, 관계가 나아지면 그나마 좀 숨은 쉴만해진다"며 "평화로워야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미래를 그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주민은 ""볼음도는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물이 모이는 곳으로 강이 모이듯 수많은 아픔이 모인 곳이기도 하다"며 "언젠가 이 곳이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섬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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