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화물연대가 16일 만에 파업을 종료했습니다.
조합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과반 찬성으로 현장 복귀를 결정했습니다.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사실상 두 손을 든 셈인데,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과 앞으로 전망, 경제부 이준규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 기자, 어서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어제 방송하면서 또 뵐 것 같다고 했는데 하루 만에 다시 만날 줄은 몰랐네요.
[기자]
네. 어제만 해도 정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상황이 더 험악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더 많았는데요.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진데다가 나름의 믿는 구석이었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우선 안전운임제가 일몰되기 전에 제도부터 유지해 놓자면서 기존에 정부·여당이 제안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수용함에 따라 화물연대로서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보입니다.
[앵커]
우선 투표 결과부터 좀 알려주시죠.
[기자]
네. 화물연대 조합원이 2만6144명인데 겨우 3575명, 14%만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이 중에 62%인 2211명이 파업 종료에 찬성했고, 나머지 38%인 1343명은 반대의사를 밝혔습니다. 무효표도 21명이 나왔네요.
[앵커]
사안이 워낙 중대하다보니 화물연대 지도부가 결정하지 못하고 조합원들의 총투표에 맡긴 건데, 투표율 등을 살펴보면 뭔가 수치 자체가 좀 탐탁지 않은 느낌, 그런 것들이 느껴지네요.
[기자]
네. 14%, 정확하게는 13.67%의 투표율, 매우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파업 종료 찬성 비율이 62%라고 해봐야 전체 조합원의 겨우 8.5% 정도가 찬성한 꼴이니까 이게 과연 화물연대 조합원 전체의 뜻이 맞는지도 참 모호합니다. 하지만 절차상 하자는 없고요. 또 지난 총파업 기간 중에 생활고 때문에, 지쳐서, 정부에서 업무개시명령을 해서 등의 사유로 일부 조합원들이 이미 파업 대열에서 이탈했지 않습니까?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공식적으로는 파업이 종료됐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한 조합원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앵커]
16일이면 역대 최장기간하고 같은 기간이에요. 짧지 않은 기간인데 그간의 흐름을 한번 간략하게 정리해 주시죠.
[기자]
네. 화물연대의 이전 최장기간 파업은 2003년 2차 총파업이었는데요. 이번과 같은 16일이었습니다. 산업계 피해를 고려한다면 최장기간을 경신하지 않은 게 다행이긴 합니다. 어제 말씀드렸다시피 출하량 지연으로 인한 피해규모가 3조원이 넘어섰으니까요. 하지만 화물연대 입장에서는 안전운임제 상시화와 적용 업종 확대 등 소기의 목적을 하나도 달성하지 못한 채 16일을 허비한 셈이 됐습니다. 특히 파업 기간 내내 별다른 세를 과시하지 못한 채 정부의 압박에 이리저리 끌려 다닌 듯 한 부분이 더욱 아쉬울 것 같습니다.
[앵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2차례나 발동한데다가, 파업 이후 대화 몇 번 하지 않은 채 무조건 복귀하라고만 했었잖아요?
[기자]
네. 바로 그 부분인데요. 형식적이나마 화물연대와 교섭은 단 두 차례에 불과했고 이후에는 계속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 '불법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무조건 업무에 복귀하라' 등으로만 일관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 29일에는 시멘트 분야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함으로써 관련 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어제는 철강과 석유화학까지 업무개시명령을 확대했죠. 이뿐 아니라 명령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살핀다면서 현장조사까지 나가는 등 강한 대응이 이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파업을 북핵에 비유하는 등 말 그대로 초강경 모드였습니다.
[앵커]
반면 노동계에서는 민주노총 총파업, 타 노조의 연대파업, 국제노동기구와 관련한 대응들이 있긴 했는데 말씀처럼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진 못한 것 같아요.
[기자]
네. 사흘 전에 민주노총이 총파업으로 화물연대를 지원했고, 건설노조 등이 연대파업에 나섰지만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대형사업장과 공공기관 중에서도 사측과 협상을 마친 서울교통공사 노조나 전국철도노조, 의료연대본부 등 산별노조가 파업에 나서지 않으면서, 이른바 동투라고 하죠, 겨울철 투쟁이 크게 힘이 빠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압박을 해오니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고, 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수용하고 나서니까 더 이상 품목확대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투표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말씀하신대로 민주당이 오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3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어요.
[기자]
네. 민주당 국토위원들, 어제 수용 방침을 밝힌 지 하루 만에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이를 의결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여당이 지난달 22일 이 안을 제안했을 때와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국토부는 이 3년 연장안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를 막기 위해 제안했던 것인데 화물연대가 거부했지 않느냐, 그래서 이 제안은 이제 무효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국토위에서 일방적으로 의결을 하긴 했는데, 법사위 통과 여부가 관건입니다. 법사위는 이견이 있을 경우 법안 처리가 어려운 데다가, 법사위원장이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기 때문에 제동을 걸 확률이 높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국토위원들, 민주당의 단독처리에 "민주당이 또다시 민주노총의 하수인 역할에 나섰다", "이미 효력을 상실한 정부안 처리를 강행하는 이유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 철회의 명분 마련을 위해서라면, 즉각 입법쇼를 중단하라"고 비난했는데요. 이후 파업 철회로 정상화가 이뤄질 텐데 여야가 논의를 어떻게 이어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