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 최강 쿠드롱을 격파한 김욱. PBA 제공프로당구(PBA) 최강으로 꼽히는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이 1회전에서 탈락하는 대이변이 벌어졌다. 3부 리그에서 승격한 무명 선수에 덜미를 잡혔다.
김욱은 10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2022' 128강전에서 쿠드롱을 격파했다. 세트 스코어 2 대 2(1:15, 14:15, 15:5, 15:12)로 비긴 뒤 승부치기에서 1 대 0으로 이겼다.
쿠드롱은 PBA 통산 최다 우승(6회)의 최강자다. 그러나 김욱의 돌풍에 세트 제로 전환된 2021-22시즌 이후 11개 투어 만에 128강전에서 탈락했다. 지난 시즌 3개 대회 연속 정규 투어에서 우승하고 왕중왕전까지 거머쥐었지만 올 시즌 5차 투어까지 무관에 그쳤다.
김욱은 지난 시즌 3부 투어에서 올라온 선수다. 3부 랭킹 29위에 오른 김욱은 32위까지 주어지는 큐스쿨 진출권을 겨우 따낸 뒤 큐스쿨에서 전승을 거두며 당당히 1위로 1부 투어에 진출했다. 상승세를 몰아 최대어 사냥에 성공했다.
1세트까지만 하더라도 쿠드롱의 출발이 좋았다. 2이닝과 3이닝에서 각각 3, 4득점한 쿠드롱은 6이닝에서 8점을 몰아치며 15 대 1로 가볍게 승리했다. 2세트에서도 쿠드롱은 5이닝에서 뱅크샷을 더한 하이런 6점 등으로 15 대 14로 이겼다.
하지만 3세트부터 김욱도 긴장이 풀린 듯 맹활약했다. 3이닝 6점, 4이닝 3점, 5이닝 6점 등으로 15 대 5로 한 세트를 만회했다. 4세트에도 김욱은 9이닝까지 8 대 12로 밀렸으나 10이닝에서 7연속 득점하며 기사회생했다.
결국 승부치기까지 흐른 경기에서 쿠드롱은 선공을 김욱에 양보했는데 그게 악수가 됐다. 김욱은 첫 번째 목적구가 두 번째 목적구를 밀어주는 행운이 따라 득점했다. 그러나 쿠드롱은 어려운 배치에서 뱅크샷에 실패하면서 경기가 끝났다.
11개 투어 만에 128강전에서 탈락한 쿠드롱. PBA
특히 김욱은 1년 전까지만 해도 철강업에 종사하던 직장인이자 동호인이었다. 자신의 실력을 시험하고 싶었던 김욱은 PBA 챌린지 투어(3부)에 도전했고, 2020-21시즌부터 PBA 투어를 병행했다. 1부 투어에서는 김임권(TS샴푸∙푸라닭),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하나카드), 강민구(블루원리조트) 등을 만나 1회전에서 탈락했고, 4차 투어에는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그런 김욱은 5차 투어에서 대어를 낚은 것이다. 경기 후 김욱은 "승리 직후 심장이 터질 뻔 했다"면서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쿠드롱을 이긴다는 건 물론, 1부 투어 선수가 되리라는 것도 꿈꾸지 못했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승부치기 직전까지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다"면서 "1, 2세트를 너무 허무하게 내줘 3세트부터 질 때 지더라도 시원하게 치자고 먹은 마음가짐이 승리 원동력이 됐다"고 환하게 웃엇다. 김욱은 12일 열리는 64강에서 '그리스 왼손 천재' 카시도코스타스를 상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