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해 빈자리가 보이는 모습.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에 맞서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보이콧을 시사하며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는 본 조사가 개시되기도 전에 파행수순으로 접어들었다. 국민의힘 소속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은 전원 사퇴 의사를 전달했고, 국정조사의 전제조건이었던 예산안 처리도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핼러윈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하겠다던 국정조사는 첫 걸음도 떼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11일 국민의힘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해임건의안 강행처리에 대한 반발로 국정조사 보이콧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특위 소속 위원들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퇴 입장을 전달하면서다. 국정조사 특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처리로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합의 자체가 파기됐다고 생각한다"며 "국정조사 시작도 전에 해임안을 처리하고 탄핵을 공언하는 자체가 이태원 참사를 정쟁화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와 상의해 국정조사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불참하더라도 야당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공식적 사과도 하지 않고, 정부 책임자 누구도 유가족의 아픔을 달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정부를 비판하며 "국정조사에 유가족이 많이 참여하게 해 달라는 (유가족들의) 요청을 최대한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예산안을 마무리짓는 대로 이태원참사 조사에 속도를 내겠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규명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연합뉴스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늘어지고 있는 예산안 처리도 국정조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야는 지난달 23일 국정조사에 합의하며 조사 기간은 45일로 하고 기관보고, 현장검증, 청문회 등 본조사 개시 시점을 '2023년도 예산안 처리 뒤'로 명시했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가 기약 없이 늦어지면서 국정조사 특위는 45일 일정 가운데 18일을 이미 허비했다. 예산안 처리의 마지노선으로 잡아둔 오는 15일 예산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이미 조사 기간의 절반이 지난 시점이다. 특위 활동은 오는 1월 7일 종료된다. 다만 국회 본회의 의결로 국정조사 활동기한은 연장할 수 있다.
당초 국정조사 특위는 이번 주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현장조사와 기관 업무보고, 청문회 등의 절차를 진행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과 예산안 대치로 향후 국정조사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말정국이 급격히 경색되면서 정부 기관이 자료제출 등에 비협조적으로 임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주당이 국정조사 파행을 유도했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에서도 참여를 못 하는 것"이라며 "수사권과 강제력도 없는 국정조사가 순탄히 진행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