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내년도 예산안이 여야 이견으로 국회에서 발이 묶이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나서 야당 설득에 나섰지만, 정부의 감세 방향에 대한 야당의 반대 입장만 재확인하고 돌아섰다. 정부·여당과 야당의 이견은 쉽사리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1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통과돼야 하는 시간이 지났다. 경제 중요 주체 중 하나인 정부가 제대로 세수를 거두고 세출할 수 있는 예산과 세법이 확정되는 게 옳다는 뜻에서 찾아뵀다"고 말했다. 여야가 오는 15일을 예산안 처리 시한으로 재차 잡았지만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탓에, 급기야 정부에서 총리까지 나서서 당초 계획에도 없던 야당 방문 일정을 잡은 것이다.
그러면서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여야 쟁점 사안들에 대해선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인하하되 그 시행을 2년간 유예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안 등을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총리는 "법인세에 관해선 여야가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인 김진표 국회의장의 수정안을 받아들여 원활하게 타결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이 대표께 간곡히 드리고 싶다"며 "저희도 준예산은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는 문제와 관련해선 OECD 평균(최고세율)이 21%이고, 상당히 많은 나라에서 법인세를 내려 투자를 촉진하고 해외 기업을 유치한다"며 "이 대표께서 '초부자감세'라 말하는 법인세 감세로 저희 판단에 내년에 3천억 원 정도 감세가 이뤄질 거라 보는데, 해당 기업의 경제활동을 더 활성화하고 고용 노동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가 더 많은 소득을 올리게 한다면 충분히 감면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주택자 세제는 과거 너무 징벌적이었던 만큼 합리화한 세제로 바꿔야 한다는 판단이고, 최근 주식시장이 세계적 경제 침체로 좋지 않아 많은 주식을 가진 분들이 많은 어려움이 있어 (금융투자소득세를) 연기하자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도 경제 위기 극복 방안으로 소수 초고소득자에 대해 횡재세 등 세금 부담을 늘리고, 이를 통해 서민과 경제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지출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통해 3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대기업, 3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세금을 감면하는 것, 주식양도소득세 기준을 100억 원까지 올리겠다는 건 세계적 추세와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양극화 완화와 경제 회복 면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접점을 찾아 타결하는 게 의무인데, 그런 면에서 (법인세 과세표준) 3000억 원 이상에 대해 세금을 깎는다는 건 원칙에도 어긋나고 양극화도 심화시킨다"며 "준예산으로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은 저희도 전혀 원치 않는다. 그래서 두 가지 독자적 수정안을 준비하는 건데, 책임야당으로서 저희의 의지를 담아 최대한 국민에 도움 되는 예산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