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신계용 경기 과천시장이 과천시 하수처리장 이전 입지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창주 기자경기 과천시 하수처리장의 새로운 입지가 3기 신도시인 과천과천지구 내 '과천동 일대'로 최종 결정됐다. 인접한 서울 서초구의 반대에 부딪힌 지 3년여 만이다.
이 같은 과천시의 결단에 대해 서초 지역사회에서는 "환영"과 "불만족"으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궁장-주유소 사이…"과천 미래 위한 결단"
15일 신계용 과천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과천시의 피해를 더이상 키우지 않고 미래 발전을 이끌기 위해 국토교통부에서 제안한 안을 수용하고자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지난달 국토부는 3기 신도시의 경관과 시민 편의시설 등을 고려해 신도시 필수시설 중 하나인 하수처리장 입지를 시에 최종 제안했다.
경기 과천시 하수처리장 이전 입지 및 상부 공원 위치도. 과천시청 제공새로운 하수처리장 위치는 막계천과 양재천이 만나는 지점으로 과천 국궁장과 선암주유소 사이다. 서초구 경계에서는 500~600m가량 떨어진 지점으로 처음 과천시에서 제안했던 입지보다는 서초에서 다소 멀어졌다.
애초 시는 신도시 토지이용계획상 하수처리장 이전지로 주암동을 제안해왔다. 정화된 하수를 한강으로 흘려보내기에 적합한 지역 내 양재천 하류인 데다, 큰 도로와 하천으로 단절돼 주변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곳은 6500여 세대의 서초지구와 인접해 생활·환경권 침해 등을 이유로 서초 지역사회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이 때문에 신도시 개발 등을 위해 서초구와 협의를 이뤄야 했던 국토부는 최근까지 3가지 위치의 중재안을 검토해왔다.
이에 대해 신 시장은 "2019년 10월 과천과천지구에 편입된 환경사업소(하수처리장) 입지선정을 놓고 지역 간 갈등으로 위치 선정 결정이 미뤄졌다"며 "원도심 재건축·재개발은 물론 종합병원, 대기업 유치와 신도시 조성이 발목잡히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과천시민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취임과 동시에 민·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갈등 요소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관계 부처를 찾아다니며 입지 선정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환경사업소 이전·증설에 대해 "어디에 설치해야 피해가 최소화 되는가가 아닌, 어디에 설치해야 시민의 수혜가 최대화 되는가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수처리시설을 완전 지하화하고, 상부에는 12만㎡ 규모의 공원을 조성해 도서관, 체육관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과천시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용인 레스피아나 오산 반려동물테마파크, 하남 유니온파크 등의 사례처럼 기피시설에 대한 반감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과천시 하수처리장 이전 입지에 대한 기자회견 현장. 박창주 기자다만 하수처리장이 원안보다는 뒤로 밀려난 데 대해서는 "과천시민들 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에 (서초가 아닌) 과천 안에서도 일부 반대 여론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 "지역 전체 발전을 위한 대승적 선택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싶고, 앞으로 반론에 대해서도 계속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신 시장은 "새 하수처리장을 건립하는 데 보통 7~8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며 "신도시 입주 시점 등을 고려하면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아, 각종 행정절차들을 병행 처리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초지역 "최선의 결과" vs "어이없다"
경기 과천시 환경사업소(하수처리장) 전경. 과천시청 제공이처럼 과천시가 신규 하수처리장 입지를 전격 결정한 가운데, 그간 해당 시설 이전에 강하게 반대해온 서초지역에서는 다소 엇갈린 반응이 나오는 분위기다.
하수처리장 위치 조정에 줄곧 목소리를 높여온 박성중(서초구을) 국회의원은 과천시의 공식 발표에 앞서 전날 오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서초구 주민분들에게 최선의 결과를 알려드릴 수 있어 마음이 가볍다"며 서초 주거단지 등에서 '가장 먼 지역'으로 위치하도록 관계 기관을 설득한 결과라고 자신의 성과임을 자부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기존 하수처리장 위치에 증설'하거나 '서초 접경지로부터 1㎞ 이상 직선 거리를 유지'해야 된다는 서초 지역사회의 당초 요구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론도 감지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서초○○○○ 아파트에서 얼마나 떨어졌다고 자랑질인가, 어이없다", "선바위 인근 지역민들은 뭐가 되는 건가" 등 이번 입지 선정 결과와 박 의원 주장에 대한 불만섞인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번 하수처리장 입지 결정에 대해 서초구는 공식 입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박성중 국회의원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과천시 하수처리장 입지 관련 중재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전했다. 페이스북 캡처앞서 박 의원은 지난 8월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과천시 하수처리장 신설 원안 위치는 우면동 초등학교, 유치원이 자리한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 80여m 거리이고, 국토부의 중재안도 서초구와 240m 떨어진 지점이라며 시정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서초구도 지역으로부터 직선 1㎞ 이상 거리 유지를 요구해왔다.
한편, 현재 과천동에 있는 하수처리장은 준공 후 36년이 경과해 시설 노후화로 하루 처리용량이 40%가량 줄어 1만 9천 톤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과천과천지구 신도시 건설과 도심 재건축 등 대규모 주택공급을 앞두고 있어 새로운 하수처리장 입지 선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수도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입지 선정을 비롯한 하수처리장 관련 사업의 주체는 지방자치단체로 규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