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3호선 수서철도차량기지. 서울시청 제공경기도 남부권의 '교통난' 해소를 위한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장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전제 조건인 차량기지 이전 여부마저 불투명해지면서 관련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수원·용인·성남·화성시 등으로의 노선 연장을 강조해온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정파를 초월해 손을 맞잡고 공동 대응에 나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 복합개발에 3호선 연장 조건 '위기'
1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애초 3호선 노선을 경기남부로 연장하면서 민원 유발 시설이던 강남 수서차량기지를 함께 이전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서울시가 대표적인 주민 기피시설인 차량기지를 비롯한 기반시설들을 복합개발하는 계획을 공식화하면서다. 기반시설들을 공공·상업·녹지공간과 융합된 형태로 탈바꿈하는 게 핵심이다.
이 복합개발 대상 가운데 1순위가 수서차량기지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보도자료에서 "SRT, GTX-A 노선 등이 있어 서울 동남권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수서차량기지의 입체복합개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올해 유럽 순방 당시 프랑스의 리브고슈 사례를 들어 "단독으로 (복합개발)할 수 있는 곳"으로 수서를 지목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0월 23일(현지시간) 송현정 건축가와 철도 부지를 복합개발한 리브고슈 일대 거리를 걷고 있다. 서울시청 제공실제 최근 서울시에서 진행한 복합개발 관련 연구용역에서도 시내 기반시설 중 경제성과 주변 인프라 연계성 등을 기준으로 수서차량기지의 개발효과가 가장 높게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부터 수서차량기지 이전과 기존 부지 활용방안 등에 대해 연구용역을 추진해오던 것과 달리, 차량기지를 유지하면서 역세권 개발을 동시 진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버린 셈이다.
기피시설인 차량기지를 옮겨 종전부지 개발이익으로 3호선 연장 사업비를 마련하는 계획이었던 만큼, 기지 이전 철회 여부가 노선을 연장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서울시는 수서차량기지를 복합개발의 최적지로 꼽으면서도, 기지 이전 여부 등 세부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땅의 규모나 접근성 등을 따져봤을 때 (수서차량기지가) 복합개발에 가장 적합하다는 게 시의 잠정 결론"이라면서도 "차량기지를 존치할지 여부 등 구체적인 개발 방식은 정해진 게 없고, 3호선 연장은 경기도 쪽에서 키를 잡고 추진할 사안"이라고 했다.
시장 4인방, '원점'부터 다시 '의기투합'
지난 8일 경기도 수원·용인·화성·성남시가 시장들의 오찬 회동을 통해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장에 공동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왼쪽부터 이재준 수원시장, 정명근 화성시장, 이상일 용인시장, 신상진 성남시장. 화성시청 제공최근 국민의힘 소속 이상일 용인특례시장과 신상진 성남시장, 더불어민주당의 이재준 수원특례시장과 정명근 화성시장이 오찬 회동에서 손을 맞잡은 것도 이 같은 3호선 연장에 대한 '위기의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도 수원·용인·성남시는 용인~서울(용서)고속도로 등의 심각한 교통정체 해소를 목적으로 3호선을 지역으로 끌어오기 위해 사업타당성 등에 대한 공동 연구용역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수서차량기지 이전부지 확보와 노선 설정 등에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해 하반기에 나온 용역 결과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3호선 연장을 위한 첫발을 떼지 못했다.
이후 6·1지방선거 때 각 지역 시장 후보들이 여·야 구분 없이 3호선 연장을 공약하거나 필요성을 내세우면서 민선 8기 들어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다 서울시가 3호선 연장의 전제 조건인 수서차량기지 이전 계획을 번복하려는 기조로 전향하자, 시장들이 재차 사업 추진 의지를 다지며 소속 정당을 떠나 또다시 뭉친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연장 구간을 늘려 화성시까지 포함됐다. 기존 서울 강남에서 성남(판교), 용인(수지), 수원(영통)까지 잇는 광역철도로 계획돼온 연장 노선안을 늘려, 3호선 연장 사업에 관한 논의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는 양상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차량기지 이전 무산에 대한 위기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자체장들이 똘똘 뭉쳐 새로운 공동용역 등을 통해 방안을 찾는 게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장 아닌 '신설' 가능성도…차량기지는 어디로?
1992년 리브고슈 철도로 단절된 도심(왼쪽). 2013년 재개발 이후 조성된 도심 모습. 파리도시개발공사(SEMAPA) 홈페이지 캡처앞으로 이들 4개 지자체는 확장된 노선안에 맞춰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 뒤 경기도와 국토교통부에 3호선 연장 방안 등을 정식 건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먼저 경기도와 '상생협약'을 맺은 이후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공동용역을 시작할 예정이다.
용역을 통해 승객수요 예측 등 경제성을 따지는 것은 물론, 노선을 어느 지역까지 몇 ㎞ 길이로 잡을지를 비롯해 차량 종류와 크기, 대략적인 정차역 위치 등을 구체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서차량기지 이전 계획이 철회돼 노선 연장이 어려워질 경우, 대안으로 경전철과 일반 지하철의 중간 규모의 중전철 노선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개 시에서 도출한 용역 결과에도 경전철급 노선 신설이 차선책으로 담긴 바 있다.
노선 연장이냐 신설이냐, 어떤 경우든 차량기지는 필수 시설이기 때문에 어디에 입지를 정할지는 여전히 주요 쟁점이자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은 노선 연장 지역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새로운 종착지로 예상되는 화성시는 서울 면적의 1.4배에 달해 상대적으로 가용부지 확보에 유리한 곳으로 평가된다.
그간 차량기지 이전 부지 선정에 애를 먹었던 점을 감안하면, 3호선 연장이나 노선 신설을 위한 차량기지 입지 범위가 확대된 것은 긍정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들은 회동에서 기지 부지를 제공하는 지자체에 노선 연장 사업에 대한 비용분담 비율도 낮추기로 약속한 상태다.
화성시 관계자는 "다른 지역보다 가용부지가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편은 맞다"면서도 "진안신도시와 봉담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에 대비해 우리 지역으로까지 노선을 연결한다는 큰 틀에서만 합의된 것이지 차량기지 입지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1994년 조성된 수서차량기지는 축구장 30개와 맞먹는 20만 7904㎡규모다. 노선과 차량을 늘려 기지를 옮기게 되면 이보다는 더 넓은 30만㎡ 이상의 땅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3호선 연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2026년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목표로, 2~3년 안에는 차량기지 입지를 포함한 4개 지자체의 최종 합의안 등이 나와야 한다는 관측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