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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연료 엔진까지 만든 北…미사일 위협, 계속 더 커진다

국방/외교

    고체연료 엔진까지 만든 北…미사일 위협, 계속 더 커진다

    핵심요약

    "140tf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 지상분출시험 성공"
    김정은 "최단기간 내 또다른 신형 전략무기 출현 기대"
    8차 노동당 대회 "수중 및 지상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케트 개발"
    발사 징후 사전 탐지 어려워져 한미 '킬 체인' 회피 가능
    140tf 맞다면 ICBM 개발 충분히 가능…미국 '핵우산' 의구심 더해질 전망
    "고체추진 ICBM 개발, 화성-15·17형은 우주발사체 또는 하와이 타격"
    "SLBM용 엔진", "신형 고체연료 개발", "일단 IRBM부터" 가능성 제기도

    연합뉴스연합뉴스
    북한이 140tf(톤포스, 중량당 추력)급 추진력을 지닌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고체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연소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최단기간 내 또다른 신형 전략무기의 출현'을 예고했다.

    이번에 시험에 성공했다는 엔진을 기반으로 한미의 킬 체인(Kill Chain)을 회피할 수 있는 고체연료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과 발사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한반도 정세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력강화의 중요핵심목표들을 결사완수하려는 국방과학 연구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의 불굴의 의지와 완강한 노력이 실천적인 성과들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12월 15일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중대시험이 진행되였다"며 "국방과학원 중요연구소에서는 12월 15일 오전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되는 140tf 추진력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고 16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시험은 추진력벡터 조종기술을 도입한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의 모든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였다"며 "시험 결과 발동기의 추진력과 비력적, 연소특성, 작업시간, 추진력벡터 조종특성을 비롯한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설계상 값과 일치되고 그 믿음성(신뢰성)과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엄격히 확증되였다"고 밝혔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이번 시험을 통해서 추력 프로파일, 연소특성, 연소시간, 비추력, 추력벡터제어(TVC) 등에 대한 성능 및 운용특성을 검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제원을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직경은 2m 안팎, 길이는 6m 정도로 추정되고 공개한 추력(140톤)보다는 길이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의 ICBM이라면 1톤급 핵탄두를 탑재하고 1만 1천km 사거리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운용성·생존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액체 로켓엔진 기반 화성-17형 ICBM에 비해, 고체추진 ICBM은 8축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도 실질적으로 운용 가능한 길이 20m 이내의 운용 유연성이 좋은 ICBM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미 예상된 수순이기도 하다. 북한은 지난해 초 8차 노동당 대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수중 및 지상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케트 개발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16일 발표에서도 '국방력 강화의 중요 핵심목표'라는 말이 언급됐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 계열 미사일은 발사 직전 연료 주입 시간이 오래 걸려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되기가 쉽다. 그렇게 되면 시험발사가 아닌 실제 상황에서는 미사일 발사 징후를 미리 포착하고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으로 무력화한다는 킬 체인(Kill Chain)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체연료 ICBM은 이런 번거로운 과정 없이 언제든 발사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SLBM 대형화에는 필연적으로 대형 고체연료 로켓엔진이 필요하다. 바닷속에선 액체연료 주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려면 잠수함도 대형화돼야 하며 그러면 원자력 추진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모든 설계를 기본부터 재래식 추진 잠수함과 다르게 만들어야 하며 어려운 기술이 필요하다.

    김형준 기자김형준 기자
    한국국방연구원(KIDA) 이상민 북한군사연구실장(육군대령)은 16일 오후 열린 북한군사포럼 '북한 전략환경평가와 핵 위협 전망'에서 "북한은 그 동안 액체연료 미사일(화성 계열) 위주로 개발을 하다가 단거리 위주 고체연료 미사일(KN-23, 24, 25)들을 개발해 병행하고 있었다"며 "오늘 고체추진 엔진시험을 했다고 발표했으니 결국 러시아 토폴-M이나 중국 DF-31A처럼 고체추진 ICBM을 개발하고, 화성-15형과 17형은 우주발사체 또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를 공격할 용도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장영근 교수도 "북한의 목표는 미국과 실제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핵공격에 대한) 억제력을 갖추는 쪽이고, 화성 계열 (액체연료) 미사일은 생존성이 떨어진다"며 "북한이 화성-15형, 17형보다 더 고대하는 것이 고체연료 ICBM이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한미의 킬 체인을 회피할 수 있기에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 강도가 더욱 높아진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서는 최근 사이 '미국은 서울을 위해 LA를 포기할 수 있는가(유사시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을 각오하고 북한에 핵보복을 할 수 있는가)'라는 식으로 미국의 '핵우산' 즉 확장억제에 의구심을 가지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추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화성-12형, 14형, 15형, 17형에 쓰인 액체연료 백두산 엔진이 80tf짜리 엔진 2개를 묶은 쌍둥이(트윈) 엔진으로, 합쳐서 160tf 추력을 낸다. 17형의 경우 두 세트를 묶어 320tf 추력으로 추정된다. 그러니 북한 발표가 사실이라면 백두산 엔진 1세트를 사용하는 화성-15형에 조금 못 미치는 출력의 고체연료 로켓모터를 개발했다는 뜻이 된다.

    고체연료 특성상 같은 140tf라고 해도 효율은 액체연료의 그것보다 좀 떨어지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하려면 100tf 정도가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니 ICBM을 만들 수 있는 출력은 일단 나온 셈이다.

    다만 북한대학원대 김동엽 교수(예비역 해군중령)는 "공개한 사진을 보면 고체엔진 직경이 2m 안팎으로 보여 과연 추진력이 140tf까지 나올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ICBM용으로 보기엔 작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최근 열병식에 공개한 북극성-5ㅅ형 엔진으로 보이고, 당시 열병식에 가지고 나온 미사일은 모형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모형으로 허풍을 떨었다기보다 최근 북한의 신무기 공개 방식을 보면 우선 열병식에 모형을 공개한 뒤 이를 실제 개발하고 시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도 단순한 모형이 아니라 실제 개발되고 있는 무기체계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선임연구위원은 "이 정도 크기로는 기존에 북한이 쓰던 고체연료 원료인 탈수산화 폴리부타디엔(HTPB)와 과염소산암모늄(AP)을 갖고 큰 추력을 내기가 어렵다"며 북한이 신형 고체연료를 개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ICBM을 만들어 발사하기보다, 화성 미사일도 그랬듯(화성-12형) IRBM부터 먼저 만들어서 시험할 것으로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난 10월 4일 발사한 IRBM처럼 일본 열도 상공을 넘겨 태평양으로 발사할 수도 있고, 아직까지 정확히 검증하지 못한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확보하고자 시도할 전망이다. 한미를 향한 북한의 위협이 계속 커지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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