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고용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경기침체마저 예상되면서 내년도 고용시장에 거대한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의 양과 질이 모두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에 주요 기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마저 하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급 일자리 감소 전망…내년 취업자 80만명에서 9만명으로 곤두박질
17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통계청, 한국노동연구원 등에 따르면 내년도 취업자 수 증가폭은 8~9만명 수준으로 예측된다.
이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 전망치인 79만~82만명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고용률이 지난해 60.5%에서 올해 62.1%로 올라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리오프닝 효과가 내년에 사라진다는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 등 코로나19 대응 방역정책 때문에 문을 닫았던 음식점과 숙박업 등이 영업을 재개하면서 올해 취업자 수 증가분의 절반가량을 견인했는데, 내년에는 이런 현상을 기대할 수 없다.
소비 둔화·무역적자에 취업자 증가 주춤…대외 불확실성도 지속
황진환 기자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한동안 소비가 살아났지만,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제조업과 비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다수 제기되고 있는 점도 고용시장 전망을 어둡게 한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무역적자는 지난달까지 이어지며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취업자의 16%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제조업이 수출 부진으로 인해 침체를 겪게 된다면 취업자 증가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경기 둔화 등 경제에 대한 우려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5%로 예상하며 지난 9월보다 0.8%p나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KDI 1.8%, 산업연구원 1.9%, 피치 1.9% 등도 모두 1%대 전망을 내놨다.
물가 억제를 위해 강력한 고금리 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원화가치 하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요인도 일자리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5%대에 이어 내년에도 3%대 이상의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 증가세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용 질 저하도 우려…"연령별·직종별 양극화 가능성" 전망도
황진환 기자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과 비교해 47만9천명이 늘어났다.
전체 취업자 증가폭이 62만6천명인 점을 고려하면 무려 76.5%에 달하는 일자리가 고령층 일자리였다는 것이다.
반면 15~29세의 청년층 취업자는 5천명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2월 이후 21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40대 취업자 수는 6천명이 감소했지만 고용률은 오히려 0.9%p가 올라 78.5%를 기록했다.
인구 감소효과가 9만5천명에 이르면서 취업자 감소 폭을 크게 상회했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해 인구구조가 변하면서 청년층과 핵심노동인구(30~59세)의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어 발생하는 현상으로, 더 이상 인구 증가에 따른 취업자 증가를 기대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취업자 증가분의 80% 가량이 비정규직인 2년 계약 형태의 상용과 기간제를 중심으로 이뤄져있는 점과 맞물리며 내년 고용 둔화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미 198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에 나선 롯데면세점을 비롯해 서비스업과 금융권의 상당수 기업들은 경기 침체 전망을 근거로 감원에 나선 상태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유빈 선임연구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경기 둔화가 일어나면서 연령별, 직종별로 양극화가 일어날 수 있다"며 "특히 청년층 고용은 내년에도 더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고용을 전망할 때 긍정과 부정 신호를 모두 봐야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부정적인 신호가 훨씬 더 상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경기 요인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데 시차가 있는데 내년 고용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경기 요인의 영향을 전반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