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연합뉴스권성동·김기현·안철수·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저출산대책위 부위원장까지…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두고 서로를 견제하느라 같은 공간에 있기 힘든 주자들이 총출동해 나란히 한 줄에 섰다. 지난 14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이 연 행사에서다. 당의 주요 조직도 아닌 보수성향의 외곽포럼에 대체 '어떤 힘'이 있길래 쟁쟁한 주자들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었을까.
포럼 새미준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한 여권관계자는 "새미준이 곧 이영수 운영위원회 회장이고, 이 회장은 곧 여권 조직의 역사"라고 답했다. 한마디로 이영수 회장이 주축인 여권 내 가장 오래된, 최대 규모 조직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1992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 후보 수행단장으로 본격 정치권 활동을 시작해 1997년 당내 청년조직을 맡아 몸집을 불리며 각종 선거 때마다 조직력을 과시했다. 이 회장은 지난 대선 때도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조직통합본부장을 맡아 활동했다.
'한국의힘', '뉴한국의힘','국민성공실천연합' 등 이름을 바꿔가며 조직을 정비했지만, 세몰이를 통해 특정 후보를 지원한다는 단체의 성격은 매번 같았다. 전국 지부는 물론, 해외지부까지 35만명이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는 게 새미준 측 주장이다. 당내 다선들 중에 이 회장과 친분이 없는 의원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당원 중에서도 정치 고관여층이 움직이는 당내 선거에서 특히 이 회장의 진가가 발휘된다는 게 정가의 평가다. 당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예측불가능성이 더 높아진 차기 전당대회에서 '확실한' 조직표가 더 절실해졌고, 덕분에 이 회장의 몸값은 더 뛰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될 사람을 지원'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회장 조직력의 결과 특정 후보가 승리하는 게 아니라 결국 될 사람에게 이 회장이 붙는 것이다"라며 평가 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영향력이 과대포장된 이 회장에게 '도움을 안 받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는 심정의 사람들이 의지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 회장이 선 후보 쪽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만은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이다. 여권 진영의 '그늘 속 킹메이커'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때문에 차기 전당대회에서 이 회장이 어느 후보를 지원하느냐가 당권주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됐다. 이 회장의 지원은 대규모 조직의 세몰이를 의미하는 동시에 오랜 시간 정치적 감각을 단련한 이 회장을 통해 '될 사람'이 누구인지 가늠할 기회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식 인터뷰에서조차 서로를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당권주자들이 한 자리에 설 수 있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권주자들은 이 회장이 주최한 포럼 행사에 간절한 마음으로 참석할 수밖에 없고, 이 회장은 이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결국 이 회장이 지원한 후보가 됐다는 서사를 통해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 후보들이 여럿 나서고 '윤심(대통령의 의중)' 교통정리는 요원한 현 시점에서 열린 새미준 행사는, 결과적으로 일종의 쇼케이스가 됐다. 새미준이 차기 전당대회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력'이라는 상품을 당권주자들에게 전시했다는 말이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가 이만큼 잘 움직이는 조직을 가지고 있으니, 여기에 잘 보이면 당신을 밀어주겠다'는 메시지가 행사의 메인"이라며 "새미준 행사에 당권주자들이 총출동한 걸 보면, 당원이 많아졌기 때문에 예전만큼 조직의 의미가 없다는 평가는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