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료소의 진료 행렬. 제일재경 캡처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1~2년 늦게 시작된 중국의 위드코로나가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14일부터 무증상감염자 집계를 하지 않고 있다. 방역 정책 완화에 따라 무증상감염자들이 핵산검사에 참여하지 않아 무증상자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매일 신규 확진자만 발표하고 있는데 19일 발표된 전날인 18일 중국 전역의 확진자는 1918명이다. 14억 1천만 명 인구 가운데 하루 신규 확진자가 이 정도면 코로나 청정국가다.
하지만 중국 최고의 보건기구인 국가위생건가위원회(위건위)가 발표하는 이런 자료는 통계로써 의미가 없다. 중국 사람들 아무도 안 믿는다.
무증상 감염자는 논외로 치더라도 유증상자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려는 시도도 언제부터인가 포기했다.
포기한 것은 이 뿐이 아니다. 위건위에 따르면 18일 위중증 환자는 11명 증가했고 사망자는 2명 발생했다. 믿을 게 못된다.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베이징 각 구의 장례식장에서 화장을 기다리는 시신 숫자만 보면 중국 당국의 발표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 사망자가 치솟을 때 중국 관영 매체는 매일 이 수치를 보도하면서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보도했다.
지금 베이징 발열 진료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과 약국 앞의 감기약·해열제 구매행렬, 병원 영안실과 화장장에 쌓여 가는 시신이 미국의 그 때와 다르지 않다.
베이징 임시 발열 진료소. 건강시보 캡처 감염자 숫자나 위중증 전환자, 사망자 숫자 등은 어렵더라도 최대한 기록하려고 해야 근사치라도 놓치지 않는다.
이런 데이터가 축적돼야 본건의료정책을 수립하고 미래에 새롭게 다가올 미지의 전염병 대책도 세울 수 있다.
전염병 기승전결에 대한 고통스런 기록이 없다면 다음번에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도 병이 발생한 곳에 철벽을 두르고 사람들이 못나오게 감금하는 원시적인 방법을 또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중국은 지금 이를 모두 포기한 채 마치 방역 무정부 상태처럼 인민들이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든가 그냥 병에 걸려서 약해진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이겨 돌아오라고 독려하고 있다.
약이 없으면 따듯한 물 마시고 푹 쉬면 된다고 한다. 방역 완화하면 사람들이 약부터 찾을 것이라는 것을 정말 몰랐다는 것인지, 우주정거장까지 만드는 나라가 그동안 뭐하다가 이런 말을 하는지 기가 막힐 뿐이다.
제로코로나 시대에는 한마디도 못하고 숨죽이고 있던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은 함구령이 해제라도 된 듯 오미크론 변이가 별게 아니고 감기 앓듯이 4-5일 고생하면 된다면서 방역의 최후 승리가 눈앞에 있는 양 떠들어 댄다. 사실 잘못은 이들의 입을 막았던 당과 정부일 것이지만 말이다.
중국 베이징의 지하철. 연합뉴스
현재의 추세라면 중국의 코로나는 내년 춘제를 지나 2월이 돼야 겨우 1차 유행기를 지날 것으로 보이는 데 이 마저도 제로 코로나에 이은 방역최적화 조치의 위대한 승리로 선전할 태세다.
승리 유공은 적절한 때 우한 봉쇄를 결단하고 제로코로나 정책을 확고히 유지하다가 전염병의 변화를 정확하게 감지하고 방역 완화의 결단을 내린 한 사람에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당과 정부의 선전 나팔수인 관영매체들은 벌써 코로나 이후의 경제 회복이 예약이라도 된 듯 장밋빛 전망을 그리는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동안 말도 안 되게 죽어갔고 고통받았던 사람들에 더해 엄청난 수의 기저질환 노인들이 사망할 것이고 '셀프 봉쇄', 셀프 폐쇄'에 따른 경제적 고통에 시달릴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별로 신경을 안 쓸 것이라는 답을 이미 알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