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동시에 선출하는 러닝메이트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교육부가 기존 입장을 바꿔 '러닝메이트제 도입 찬성' 의견을 국회에 낸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지금 광역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분리해서 선출하는 것보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면 지방시대, 지방의 균형발전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제안했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앞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8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제2소위원회에 참석해 정개특위에 상정된 '시도지사-시도교육감 러닝메이트제'에 대해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 교육부 제공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지방시대에 맞는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도지사-시도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육감 선출방식 변경은 현 교육감 선거제도에서 나타난 문제와 대안에 대한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회에서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정개특위에는 국민의힘 김선교·정우택 의원이 지난 7월 각각 발의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 2건이 상정돼 있다. 개정안 모두 정당 공천이 금지된 현행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각 정당의 공천을 받은 시·도지사 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직선제 도입 이후에 직선제의 폐해 등으로 교육감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된다는 의견이 10여 년 전부터 계속 있어 왔다"고 밝혔다.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정책 실종' 및 유권자의 관심도가 낮은 '깜깜이 선거' 논란 속에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임명제, 간선제, 러닝메이트제 도입 등의 여러 주장이 제기돼 왔다.
연합뉴스하지만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헌법에 규정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침해 우려가 있다며 교육감 직선제를 러닝메이트제로 바꾸는 데 반대한 바 있어, 정권이 바뀌자 의견 수렴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입장을 바꾸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정개특위에 검토 의견을 제출하기 전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한 차례 협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교원대 김성천 교수는 "대통령의 교육감 임명제와 간선제를 거쳐 직선제로 왔는데,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 내용은 각자 출마해서 정책적 제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임명제"라며 "이런 흐름은 교육감 선거를 다시 옛날로 돌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감은 1991년까지 대통령이 임명했고, 2006년까지는 교육위원회 또는 선거인단 간선제로 선출됐다. 이후 간선제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2007년 직선제가 도입됐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진영에서는 시·도지사 후보에 따라 교육정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러닝메이트제를 반대하고 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우리나라는 지금 진영 논리가 강한 사회가 됐는데, 교육이 정치적으로 좌지우지되면 결국 학생들한테 피해가 간다"고 밝혔다. 더욱이 "헌법 31조에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러닝메이트제를 하게 되면 위헌 소지가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