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가 21일 공개한 기무사 문건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현 국군방첩사령부)가 청와대에 '보수단체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문건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군인권센터는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기무사의 행태를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를 통해 부활시키려 한다"고 우려했다.
단체는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기무사가 작성한 '안보·보수단체 활동 강화 추진'이라는 제목의 1쪽짜리 문건을 공개했다. 이들은 지난 7월 28일 기무사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해 해당 문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이 문건은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전인 2016년 12월 5일 기무사 정보융합실에서 작성해 당시 청와대 부속실로 직접 보고됐다. 문건에는 국내 보수단체 수(174개)와 소속 인원(924만명) 등 현황과 활동 내용, 기무사 조치와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조치 의견이 담겼다.
이 문건에서 기무사는 "보수단체가 국정 운영 정상화를 위한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현 시국 상황 영향으로 활동이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당시 기무사는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퇴진' 촛불이 대규모로 확산되고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논의하는 상황을 '비정상'으로 인식했다"고 지적했다.
또 기무사는 보수단체 활동의 위축과 관련 △안보·보수단체 활동 강화를 위한 노력 지속 △재향군인회장 조기 정상화를 위한 지원활동을 강화 등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당시 청와대에 '주요 안보·보수단체 단체장 격려 전화(또는 간담회 개최)'를 조치 의견으로 건의했다.
이에 군인권센터는 "기무사가 이들 단체를 사주해 박근혜 퇴진 반대 시위를 물밑에서 적극적으로 조직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드러낸다"며 "비슷한 시기 보수단체들이 결집해 소위 '태극기 부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기무사가 그 과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정황도 확인된다"고 밝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오른쪽)이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직전에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청와대 보고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군인권센터는 지난달 14일 국방부가 입법 예고한 '국군방첩사령부령' 일부개정안이 이런 기무사의 행태를 되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공기관의 장이 방첩사에 정보 수집, 작성을 요구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을 수 있도록 한 개정안 제4조를 근거로 방첩사가 민간인 사찰을 통해 얻어낸 정보를 대통령에게 제공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단체는 "암암리에 만들어 대통령에게 직보하던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음지에서 끌어내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대놓고 정권이 군 정보기관과 유착해 사찰과 군의 정치 개입을 합법화해주고 이를 통해 비판 세력을 탄압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날 공개한 문건에 대해 "방첩사가 불필요하게 비대한 권한을 갖게 될 경우 이들이 어떤 식으로 정치에 개입하며 정권의 하수인이 될 수 있을지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