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펠레의 산투스FC와 한국 축구 대표팀의 친선 경기 포스터(왼쪽)와 에우제비오를 앞세운 포르투갈 벤피카의 초청 경기 포스터. 연합뉴스 자료사진8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 30일(한국 시각) 대장암 투병 중이던 펠레는 끝내 세상을 떠났다.
펠레는 한국 축구와도 인연이 있었다. 특히 1972년 한국을 방문해 친선 경기를 치렀는데 당시 펠레는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며 최고 스타로 군림하던 때였다.
당시 펠레는 브라질 명문 산투스FC 소속으로 방한했다. 당시 서울 동대문의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한국 축구 대표팀과 친선 경기를 펼쳤는데 펠레는 후반 13분 오른발 슛으로 산투스FC의 2번째 골을 넣었다.
한국도 브라질 최정상팀을 맞아 선전을 펼쳤다.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과 이회택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골을 터뜨리며 대등하게 맞섰다.
이후 펠레는 1998년에도 한국을 방문했다.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방한한 펠레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한국 대표팀은 훌륭하다"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는다면 프랑스월드컵 16강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격려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펠레는 1972년 한국과 친선 경기를 추억하기도 했다. 펠레는 당시 대표팀에서 뛰었던 이세연 전 축구협회 이사, 김호곤 전 수원FC 단장 등과 재회한 뒤 "3 대 2로 이겼지만 무척 어려운 경기였다"고 추억했다.
생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펠레. 연합뉴스 자료사진3년 뒤에도 펠레는 한국을 찾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 앞서 열린 본선 조 추첨에서 펠레는 후원사의 홍보 대사로 방한했다. 당시 펠레는 "한국과 일본이 홈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고 강팀을 맞아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국이 아시아 국가 최초의 4강 신화를 이뤘고, 일본도 사상 첫 16강에 진출했다.
다만 한국도 '펠레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펠레는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과 4강전에서 이길 것으로 내다봤지만 아쉬운 패배를 안았다.
또 펠레는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의 최전방 공격수 황선홍 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몸값이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황 감독은 폴란드와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스페인과 8강전 승부차기에서 첫 키커로 나서 골을 넣는 등 4강 신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황 감독은 2003년 초 현역 은퇴, 한일월드컵은 사실상 마지막 무대가 되면서 펠레의 저주가 들어맞았다.
펠레는 2003년에도 한국을 다시 찾았다. 펠레는 통일교의 창시자 문선명 전 총재가 개최한 국제 클럽 축구 대회인 피스컵 출범 당시 고문으로 위촉됐는데 대회 참관을 위해 방한했다. 2009 피스컵 때도 국제자문위원으로 위촉된 펠레는 2012년 문 전 총재가 별세하자 조전을 보내 애도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에서도 펠레는 한국과 인연이 있었다. 한국은 극적으로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뤘으나 최강 브라질과 8강행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펠레는 병세가 악화된 가운데서도 SNS에 "브라질 대표팀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네이마르 등 선수들은 전의를 불태웠고, 한국과 16강전에서 4 대 1 대승을 거뒀다.
다만 브라질 선수들은 임종을 앞둔 펠레에게 월드컵을 안기지는 못했다. 한국은 이겼지만 크로아티아와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해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