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시설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글 싣는 순서 |
①한국경제, 새해엔 더 어렵다…"경기 둔화 넘어 침체 진입" ②수도권 집값, 새해 더 떨어진다…실수요자 전략은 ③수출 대한민국, 반도체 불황이 뼈아픈 이유 ④탈것에서 공간으로…모빌리티로 재탄생하는 車 ⑤중소기업 새해, 'ㅅㅈ'보다 'ㅅㅈ' 도모한다 ⑥아시아 넘어 세계로…지구촌 K며드는 K-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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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한파가 매섭다. SK하이닉스가 이미 지난해 4분기 적자 전환한 것으로 확실시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반도체(DS) 부문에서 올해 1분기 무려 14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혹독한 반도체 '겨울'은 미국발 금리인상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전자제품 수요가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부진은 적어도 올해 2분기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제대로 바닥을 찍고 또 다져야 다시 뛰어오를 수 있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증권사 전망치(컨센서스)는 '마이너스' 7663억원이다. 지난 2012년 3분기(영업적자 150억원) 이후 10년 만에 분기 기준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확실시된다.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SK하이닉스 제공SK하이닉스는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5%가량인 전형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자기기 소비가 부진하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했고, SK하이닉스는 더 혹독한 겨울을 맞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4307억원이다. 2012년에 기록한 마지막 영업적자(2273억원)의 10배가 넘는다.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마저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를 1분기 695억원 적자, 2분기 674억원 적자로 예측했다. 예상이 맞는다면 지난 2009년 1분기(6700억원 적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대신증권 위민복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업계 내 최고의 원가 경쟁력에도 지난해 4분기 낸드 사업의 영업 적자를 시작으로 올해 1분기에는 반도체 부문이, 또 2분기에는 D램 사업도 영업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BNK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등도 삼성전자 DS 부문이 1분기 혹은 2분기에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수요 부진에 따른 고객사의 과잉 재고 영향으로 낸드플래시와 D램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서다.
반도체 한파는 비단 개별 기업의 실적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수출 상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292억달러로 전체 연간 수출액 6839억달러의 18.9%를 차지했다. 사상 최대 수출 실적 달성의 1등 공신이었다.
다만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재작년 29.0%의 성장률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작년 하반기 들어 낸드와 D램 등 메모리 제품의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되면서 8월부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472억달러(약 60조원)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반전을 꾀하려면 대한민국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의 선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SK하이닉스 뉴스룸 캡처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올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업황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이 신규 설비투자(CAPEX)를 줄이고 감산에 나선 가운데 재고가 줄어드는 하반기부터 공급 축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반도체 업계가 13년 만에 최악의 수급 불균형을 겪고 있지만 대부분의 고객사가 올해 중반까지 재고를 적당한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래에셋증권 김영건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SK하이닉스 뉴스룸에 실린 인터뷰에서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현 상황을 인식하고 공급을 조절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반등의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반등까지 버티기 위해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보다 50% 이상 줄이기로 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다운턴(하강국면)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대책을 마련하고, 임원 예산을 50% 줄이는 등 대대적인 비용 절감 노력에 나섰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연구원들이 반도체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반면 업계 1위 삼성전자는 점유율 수성을 위한 행보를 고수하고 있다.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업황과 연계한 설비 투자는 유연하게 운영한다는 투자 기조에 변함이 없다.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원칙이다.
삼성전자는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최악의 반도체 불황을 맞았던 2008년 당시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2년여 간 이어진 '치킨게임'의 승자는 삼성전자였다. 2009년 2분기 영업이익 2400억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먼저 흑자 전환한 데 이어 3분기에는 1조1500억원으로 흑자 폭을 더욱 늘렸다.
현대차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 모두 지난해 4분기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출하량 증가율)가 10% 이상을 기록하며 경쟁사와 대조적인 모습"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는 이번 다운턴에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