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북동쪽의 오세아니아 폴리네시아 사모아 제도. 세 개의 섬 중 가장 동쪽에 위치한 동사모아는 미국의 해외 영토인 '아메리칸 사모아'다.
청주시 흥덕구 정도의 (199㎢) 면적에 인구 5만 5천 명이 모여 사는 이곳 사람들의 최애 음식은 바로 '육개장 사발면'이다.
참치 가공업과 어업이 주 산업인 아메리칸 사모아의 육개장 사발면 사랑은 30년 전부터 시작됐다.
"90년대 초 원양어선을 타던 한국인들과 생필품 무역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용기면이 처음 소개됐다고 합니다."아메리칸사모아 육개장사발면. 농심 제공 생필품 수입을 하던 사모아인이 한국 무역상으로부터 라면을 처음 접하면서 육개장 사발면 인기가 시작됐다는 게 농심측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후에 유사 경쟁 제품이 판매됐지만 아메리카 사모아의 가장 대표적인 라면으로 육개장 사발면의 인기를 꺾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심 관계자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실제로 아메리칸 사모아에는 지난해 10월 현재까지 한화 약 19억 6천만 원, 판매 개수로는 250만 개의 육개장 사발면이 판매됐다. 1인당 개수로 환산하면 1년에 사모아인 한 명이 50개 가까이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육개장 사발면의 인기는 남태평양 섬나라에만 그치지 않는다. 육개장 사발면의 해외 매출액은 지난 2021년 (1월~10월) 367억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541억으로 같은 기간 대비 약 47.4% 성장했다.
전세계 10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중인 농심은 5개 생산법인과 4개 판매법인을 운영중이다. 이전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이 해외 매출 성장의 주요 성장동력이었다면, 지금은 미국과 유럽 등으로 성장 '엔진'이 옮겨가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농심의 해외 매출은 중국이 990억, 미국 1천530억,, 캐나다 232억을 기록했다.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12.1% 성장할 때 미국과 캐나다는 각각 53.9%, 62.2%가 상승했다.
철저한 현지화 · 현지 생산 공장 구축으로 해외 매출 견인
식품기업들이 국내 소비자를 넘어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해외 현지에 생산 공장을 구축해 현지입맛을 사로잡으면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따라잡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1993년부터 중국 북경을 시작해 베트남과 러시아, 인도 등에 공장 11개를 가동하고 있다. 현지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미주, 동남아시아, 중동 등 60개 국가로 수출된다.
베트남 현지 마트에 진열돼 있는 초코파이 제품. 오리온 제공 철저한 시장 분석과 현지화 전략이 오리온의 성공 전략이다.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연구소를 신설하고 한국법인이 헤드쿼터가 돼 각국 소비자 특성에 맞춘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새 전성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오리온의 '성공요인' 덕분에 해외법인 매출 비중은 지난 2017년 62.5%에서 지난해 66.8%로 상승했다.
러시아 법인의 경우 매출액이 103% 성장한 623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81.5%로 성장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뜨베리 신공장 본격 가동 이후 주력 카테고리인 파이 제품의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9월 가동률이 138%에 달했으며, 비스킷 라인업도 다양화하는 등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도 k푸드 해외 매출에 힘입어 지난해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해외 매출 비중도 약 62%를 넘어섰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7% 늘어난 5조 1399억 원을 기록했다.
프랑스의 한 대형마트에서 비비고 만두 시식행사를 펼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특히 식품사업부문은 비비고 브랜드 중심의 K-푸드 해외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3조 558억 원의 매출 (전년비 +18.4%)과 2천 93억 원의 영업이익(+12.5%)을 기록했다. 식품사업은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 3조원, 영업이익 2천억 원을 넘겼다.
삼양식품도 올해 3분기 수출액이 전체 매출 비중의 67.3%를 차지했다. 수출 면스낵 매출액은 38.7% 상승했으며 특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의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성장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우리 농식품 수출은 88억 3000만 달러를 달성하며 최고 수출액을 달성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한 해 동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전 세계적 물류난 등 어려운 수출 여건에도 불구하고 쌀가공식품을 비롯한 가정간편식 및 배, 유자 등의 수출 증가로 위기를 극복하며 역대 최고 수출액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기업, 올해도 해외 진출 적극적…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기대
올해에도 국내 식품회사들은 해외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일 열린 올해 시무식에서 'NEW 아워홈'의 핵심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공개했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해외 법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10%을 넘어섰다"며 "올해부터는 국내를 넘어 컴패스(Compass), 소덱소(Sodexo)와 같은 글로벌 기업을 경쟁사로 설정하자"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0여년간 글로벌 확산의 선봉장이었던 만두의 뒤를 이을 차세대 K-푸드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2025년 1조 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가공밥 시장을 겨냥해 올해 4월 글로벌 햇반이라고 할 수 있는 '비비고 멀티그레인'을 출시해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아시안푸드 브랜드들이 별도로 진열된 아시아푸드존에서 비비고 비빔밥 제품을 고르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이외에도 한국식 레디밀(간편식) 치킨을 앞세워 프라이드 치킨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K-푸드로서 인지도는 비교적 높지만 글로벌 소비자 경험이 더 확대돼야 하는 김치도 미주와 유럽 등 서구권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오는 2030년에는 글로벌 Top 5 식품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로, 글로벌 식품 사업 규모도 더욱 확대하고 해외 현지 음식과 한식을 결합한 새로운 'K-Food' 제품으로 현지 곳곳의 소비자를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