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급격한 금리 인상에서 촉발된 부동산 경착륙 사태가 실물경제로 번질 위험이 제기되자 정부가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에 나선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시장에서는 '약발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의 부동산 규제가 일제히 풀린 뒤 서울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수요자들의 매수 문의가 늘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일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체와 성남 분당·수정구, 과천·광명·하남시의 부동산 규제를 일제히 푼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아직까지는 관망세가 짙다는 목소리가 많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가 배제되는 등 세금 부담이 줄어들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 가능금액이 확대되지만, 단기간 급등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남아 있어 매수자들이 쉽게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수문의 전화가 한 통도 없다가 규제 완화 발표 후 '급급매가 있냐'고 묻는 전화가 하루에 2~3통 정도 오고있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라면서도 "진짜 집을 매수하려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시장 분위기를 확인하려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진짜 수요층은 이 지역에 임차인으로 사는 사람들인데 대다수는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지역은 역전세난까지 심해서 '갭 투자(전세 등을 끼고 집을 매수)'에 나서기도 쉽지 않아 활발한 거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황진환 기자앞서 안전진단 규제가 풀렸고, 규제지역 해제까지 맞물리며 겹호재를 맞았다고 평가받는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현장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목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다른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거래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대지 지분이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부동산을 매입할 때 관할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하고 자금조달계획서도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 이후 3개월 이내 입주를 해야 하는데 주택은 매입 후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전·월세로 임대할 수도 없다. 학군지의 특성상 아이가 어릴때 집을 사놓았다가 학령기에 입주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런 거래도 막힌 것이다.
목동 신시가지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문의 전화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고금리에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며 "고금리를 감수하고 움직이도 싶어도 자신이 살던 집을 처분하지 못해서 이사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서 거래가 쉽지 않고 이 점을 집주인들도 알고있어서 규제 완화로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조정하는 집주인들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목동의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다른 규제가 풀리더라도 토지거래허가구역 때문에 바로 거주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이후에 이사 계획이 있어도 매수할 수 없다"며 "토허제가 풀려야 목동은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전문가들 역시 이번 규제 완화가 시장의 온기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 김규정 소장은 "1.3 대책이 경색됐던 시장 심리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심리가 실질적인 거래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금리인상 종료' 등 불안 요인이 확실하게 정리되어야 매수자들이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집주인들은 남아있는 규제들도 풀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생기고 있지만 매수자들도 집값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양자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불확실하다는 외부요인이 역대급 거래절벽의 주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규제 완화로 풀기는 어렵다"며 "정책변화가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에 돌입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