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마스크를 목에 걸고 있다. 류영주 기자코로나19 겨울철 재유행의 감소추세가 확연한 가운데 정부는 실내마스크 착용의무 조정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매주 요일별 확진자가 줄며
7차유행이 정점을 지났다는 사실이 확실해졌고, 당초 우려했던 '중국발(發) 리스크'가 큰 변수가 되지 않으리란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정부의 방역정책을 자문하는 민간 전문가들이 모인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감염병자문위)는 17일 오후 제12차 회의를 열고
중국의 코로나19 동향, 실내마스크 의무조정을 위한 지표 상황 등을 점검한다.
핵심 방역지표인 위중증 등이 한풀 꺾였고 위협적 신규 변이가 당장 출현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서 당국은 마스크 지침 조정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기관·사회복지시설 및 대중교통 등의 실내마스크는 유지하되 나머지 시설 안에서는 착용의무를 일괄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동·모임이 증가하는 설 연휴 '이후' 조정이 유력하다.
황진환 기자감염병자문위 정기석 위원장은 전날 코로나19 특별대응단 브리핑에서
"설 전에 어떤 정책을 발표하든, 설 이후 분명한 시기를 못 박든 간에 이미 (조정) 시기는 거의 다 됐다"며 "그걸로 인해 사회(방역 분위기)가 갑자기 해이해진다든지 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객관적 조건을 따져봤을 때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연말부터 실내마스크 해제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백경란 당시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7일 브리핑을 통해 "마스크 착용 방역지침 준수 행정명령과 과태료 조항을 조정하고 점차 마스크 착용을 권고와 자율적 착용으로 이행하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올 1월, 늦어도 3월을 이행 시기로 제시했다.
그때 곧바로 완화를 결정짓지 못한 이유는 동절기 재유행이 진행 중인 데다 60세 이상 고령층 등 고위험군의 개량백신(2가 백신) 접종률이 충분히 궤도에 오르지 못한 점 등이 컸다.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모습. 황진환 기자현재 상황은 사뭇 '다르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공표한 전제 자체는 충족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주간 환자 발생 2주 이상 연속 감소 △주간 신규 위중증 전주 대비 감소·주간 치명률 0.10% 이하 △4주 내 동원 가능 중환자 병상 가용능력 50% 이상 △동절기 추가접종률 고령자 50%·감염취약시설 60% 이상 등 4가지를 마스크 의무 조정을 위한 지표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 기준대로면
정부가 명시한 '절반 이상'(3가지)이 목표치를 달성한 상황이다. 60% 이상 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중환자 전담 치료병상 가동률은 발표 당시에도 기준에 부합한 상태였다. 신규 발생도 지난달 넷째 주(약 45만 8천 명)부터 1월 첫 주 41만 4614명, 둘째 주 30만 563명 등 3주 연속 감소세다.
이달 초 600명대까지 올랐던 위중증 환자의 증가세도 조금씩 잦아드는 모양새다. 통상 확진자 발생과 1~2주 이상 시차가 있는 위중증은 '숨은 감염자'를 포함한 실제 유행상황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29일 만에 400명대(15일 499명)까지 내려갔다가 전날 510명으로 오르긴 했지만, 변수가 없다면 완만한 감소세가 예상된다.
정기석 위원장은
"주간 사망자는 400명에서 356명으로 11% 감소했고, 주간에 신규로 발생한 위중증 환자도 530명에서 440명으로 약 17% 감소했다"며 "이번 겨울 코로나19 유행은 이제 정점을 지나고 확연히 완화 추세로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정부를 가장 긴장시킨 위험요인은 중국발 해외유입인데, 이 역시 현 추세로는 긍정적이라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기조를 유지하며 봉쇄 정책을 펴온 당국이 방역을 일거에 풀면서, 감염 확산이 폭발적으로 이뤄져 왔다. 정부는 이달 초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입국자에 대해 사전 음성확인서 의무제출과 입국 후 PCR(유전자 증폭)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탑승 전 진단검사가 적용되기 전 양성률 30%를 상회했던
중국발 단기체류자의 양성률은 지난 13일 5.5%→14일 8.7%→15일 8.8% 등 10% 미만으로 하락했다. 정부는 입국 전후 감염 여부를 이중으로 확인하는 검역 강화와 더불어 중국 내 유행상황도 일정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본다.
정 위원장은 최근 영국 가디언지의 보도를 인용해 "1월 1주차까지 중국 대도시 인구의 70~90%가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걸릴 사람은 다 걸린 것이니 대도시에서의 정점은 지나지 않았겠느냐, 그렇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한국의 구정 격인 '춘절'을 앞두고 있다는 점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정 위원장조차도 "춘제가 겹치면서 중소도시 혹은 시골로 움직이는 이동 숫자가 연 인원 '20억'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2배로 늘었다는 보도도 있다. 또 다른 정점, 제2차 유행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입국한 해외여행객들이 의료진 및 군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고 있다. 황진환 기자아울러
단기비자 발급 제한 등으로 중국발 입국 자체를 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양성률은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입국 제한을 언제 풀 거냐가 문제다. 푸는 순간 와르르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확진자) 조절이 안 되는 것"이라며
"(입국수요를) 조절하는 상황에서 감염자 비율이 몇 퍼센트라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우선지표인 '고위험군 접종률'은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마스크를 대신하는 건 백신 접종인데 지금 2가백신 접종률은 지지부진하다.
동절기 추가접종률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 (실내마스크 조정의) 과학적 근거가 될 수도 있지만, 그건 충족도 못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전날 0시 기준 60세 이상 고령층의 2가 백신 접종률은 33.9%(1278만 4523명 중 433만 3458명 접종)로 목표치였던 '50%'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그나마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접종률이 60.5%(72만 2954명 중 43만 7640명 접종)로 목표한 60%를 간신히 넘겼다.
이런 상황에서 실내마스크 의무가 풀리면, 중증·사망 증가는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위중증·사망도 절대 중환자 수, 절대 사망자 수가 중요하지, 패턴 상 수치가 (단순히) 감소했다는 게 무슨 근거가 되나"라고 비판했다.
설령
설 직후 마스크 의무 조정을 추진하더라도, 이번 완화가 실내마스크를 영구히 푸는 것으로 이해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엄 교수는 "(거리두기 해제로) 영업시간이나 모이는 사람 수를 더 이상 줄일 수는 없으니, (정부가) 실내마스크(착용의무)는 가변적인 것이라는 걸 분명히 해줬으면 좋겠다"며 "조정 시 (완전) 해제처럼 발표가 되면 곤란하다.
상황이 나빠지면 의무로 다시 돌릴 수 있다는 개념을 충분히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