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 서울시향 제공 "앞으로 5년 반은 서울시향이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색채를 낼 수 있도록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얍 판 츠베덴(63·네덜란드)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이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감과 계획을 밝혔다.
츠베덴은 2024년 1월부터 5년간 서울시향을 이끈다. 지난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고, 12~13일에는 서울시향의 올해 첫 정기공연(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두 차례 지휘했다.
그는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재학 당시 스승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강효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이후 연주자와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훌륭한 한국 출신 연주자를 많이 만났다"며 "한국 최고 오케스트라와 작업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고향에 온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암스테르담 로열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RCO)에서 17년간 악장을 지낸 츠베덴은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지휘를 시작했다. 미국 댈러스 심포니(2008~2018) 음악감독을 역임했고, 2024년 6월까지 홍콩 필하모닉(2012~)과 뉴욕 필하모닉(2018~) 음악감독으로 재임한다.
츠베덴은 "아시아가 클래식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2년부터 홍콩 필하모닉에서 음악감독을 맡아온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식 임기를 시작하기 전인 올해 7월과 11월, 12월 네 차례에 걸쳐 서울시향 정기공연에서 지휘한다. 그는 "앞으로 5년 반은 서울시향이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색채를 낼 수 있도록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며 "천국으로 가는 여정이 천국보다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씨앗이 활짝 꽃 피우려면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제공 2024년에는 최대한 다양한 작곡가의 곡을 선보이되, 2025년부터 연주 프로그램의 30%를 동시대 창작음악에 할애할 계획이다. "뉴욕 필하모닉에서 2주에 한 번 꼴로 세계 초연곡을 연주해요. 재능 있는 한국 작곡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특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을 만든 정재일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츠베덴은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라는 별명에서 보듯 엄격한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그는 "오케스트라가 무대에서 90%의 역량을 발휘하려면 110% 준비해야 한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연주자가 무대 위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서도 "단원들은 하나의 가족이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내 민주주의와 단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을 지냈지만 단 한 명의 단원도 해고한 적 없어요. 단원 모두가 더 나은 연주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제 임무죠. 엄격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음악을 위해서일 뿐 단원들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요."4월에 있을 8년 만의 서울시향 단원 채용에 대해서는 "연주자로서 재능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에 적응하려는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준비는 혼자 해야 하지만 연주할 때는 다른 단원들의 연주를 듣는 귀와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자녀를 키우는 츠베덴은 아내와 함께 파피게노 재단(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이들의 가족 지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음악치료사 38명이 타인과 시선을 맞추기 어려워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이들과 음악으로 눈맞춤한다. 그는 "연주자는 사회적 약자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친분이 두터운 거스 히딩크 감독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4월에는 서울에서 장애인 가족을 위한 시민공연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