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가운데)이 19일 우리카드와 원정에서 전광인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KOVO'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현대캐피탈의 시즌 4차전이 열린 19일 서울 장충체육관. 경기 전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평소보다 더 차분한 표정으로 취재진 인터뷰에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최 감독은 이날 장인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고(故) 조현수 옹이 이날 오전 별세해 서울 아산병원에 빈소가 차려졌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이날 선수단을 이끌고 경기장에 나섰다. 선두 대한항공을 쫓고, 3위 OK금융그룹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팀 상황에 쉽게 자리를 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장인 어르신이 제 행복한 모습을 더 보고 싶어하실 것"이라면서 "선수들과 좋은 분위기 속에 경기를 치르겠다"고 담담하게 각오를 밝혔다. 이어 "오늘 경기 후 빈소에 가서 상주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인의 조언도 되새겼다. 최 감독은 "감독 생활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는데 그 때문에 섭섭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생긴다"면서 "그때마다 장인께 조언을 구했는데 '그 상황에 맞게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전달하라'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고인의 조언에 따르면서 지금까지 주변과 큰 마찰 없이 지도자 생활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 감독은 하늘로 떠난 장인께 승리를 안기지 못했다. 이날 코로나19로 신영철 감독과 김지한, 김동민 등 선수들이 빠진 우리카드 선수들의 승리 의지가 더 강했다.
1세트까지만 해도 현대캐피탈의 낙승이 예상됐다. 올 시즌 3전 전승을 거둔 우리카드를 상대로 현대캐 피탈은 강한 서브로 리시브를 흔들며 25 대 14로 손쉽게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2세트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1세트 15%였던 리시브 효율이 2, 3세트 50%까지 올라갔다. 안정된 리시브에 아가메즈, 나경복 쌍포가 폭발했다. 듀스 접전으로 흐른 3세트 우리카드는 아가메즈의 후위 공격과 정성규의 서브 에이스로 흐름을 탔다.
흔들린 현대캐피탈은 4세트 완전히 무너졌다. 최 감독은 4세트 중 전광인과 오레올 등 주축들을 빼면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1 대 3 패배로 현대캐피탈은 승점 43에 머물렀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선수들한테 미안하고 고맙다"면서 "우리카드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어 "1세트를 압도한 상황에서 분위기를 넘겨준 내 실수고, 부족함을 많이 느낀 경기였다"고 자책했다.
최 감독은 "감독으로서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해보려 했지만 되지 않았다"면서 "선수들에게 많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4세트 세터와 전광인, 오레올의 호흡이 좋지 않아 뺐고, 세터들이 편하게 토스하도록 선수를 바꿨다"고 덧붙였다. 짧은 인터뷰를 마친 최 감독은 총총히 빈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