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우리 경제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한 해를 겪으리라는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먼저, 우리 경제의 엔진 격인 수출이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는커녕 해가 바뀌면서 한층 악화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수출은 462억 7천만 달러로 지난해 1월 대비 16.6%나 감소했다. 핵심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반토막' 수준인 44.5%나 감소하는 극도의 부진을 보인 탓이다.
이로써 수출은 지난해 10월(-5.8%)부터 넉 달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를 거듭했다.
특히, 감소율이 지난해 11월 14.1%까지 커졌다가 12월 가까스로 한 자릿수(-9.6%)로 복귀했는데 올해 첫 달 다시 17% 가깝게 확대됐다.
무역수지는 지난달 126억 9천만 달러 적자로 역대 최대이자 사상 처음 세 자릿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시작된 무역수지 적자 행진은 지난달까지 11개월째 하염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엔진이 빠르게 냉각되는 분위기지만, 정부는 낙관론을 펼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재정경제금융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향후 무역수지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은 "물가 상승 둔화"라는데 우리 물가는 오름폭 확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1월을 지나면서 동절기 에너지 수입 증가 등 계절적 요인이 축소되고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추경호 부총리가 언급한 '중국 리오프닝'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2.9%로, 기존 전망보다 0.2%p 올린 주요인 중 하나였다.
그런데 IMF는 미국과 일본, 유로존, 중국 등은 물론 심지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까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도 우리나라는 기존 2.0%에서 1.7%로 0.3%p 낮췄다.
"IMF가 '심각한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의 경우 중국 리오프닝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기재부 관계자 설명이었다.
무역수지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정부의 낙관적 전망에 큰 힘이 실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물가가 해가 바뀌자마자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월 대비 5.2%나 올랐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 둔화 과정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지만, 지난달 우리나라 물가는 지난해 말(5.0%)보다 오히려 상승 폭을 키웠다.
전기요금이 29.5% 급등한 게 결정적이었다. 지난달 전기요금 상승률은 '제2차 석유파동' 시기인 1981년 1월 36.6% 이후 42년 만에 최고치였다.
정부 "물가 안정에 정책 중점 둔다"면서 공공요금은 인상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정부는 지난해 12월 19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당분간 정책의 중점을 물가 안정에 두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그로부터 불과 열흘쯤 뒤인 30일 지난달 물가 상승 폭 확대의 주요인인 '2023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분기 가스요금 인상과 전기요금 추가 인상도 예정대로 밀어붙일 태세다.
정책 중점을 물가 안정에 두겠다는 공언과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정부는 "전기·가스료를 제때 올리지 않아 더는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전 정부 탓'을 '전가의 보도'로 삼는 모습이다.
택시요금과 상하수도료 등 지방공공요금도 줄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서울은 이미 지난 1일 자로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26.3%나 올렸다.
공공요금발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면서 '올해 소비자물가는 둔화 흐름을 이어 가며 지난해 5.1%보다 상당 폭 낮아진 3.5% 상승할 것'이라는 정부 전망이 크게 어그러질 공산도 커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2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문별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적기에 대응해 나가는 한편 최적의 정책조합을 더욱 정교하게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비상'이라는 말이 붙은 경제 관련 정부 회의에서 판박이처럼 되풀이되는 현상 진단과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