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9일로 지진 발생 사흘째는 맞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는 무너진 건물 더미 밑에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필사의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자연재해 발생 후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지나면서 무너진 건물 더미 밑에 있는 이들의 생존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지만 기적적인 생존자들의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무너진 건물 더미 속에서 들려온 생명의 소리
샨르우르파주 남서부에서는 5층 건물이 무너진 잔해 속에서 1살 아이가 구조됐다. 이 아이는 53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못했으나 구조대원에게 발견될 때까지 생존하는 데 성공했다.
카흐라만마라슈의 무너진 아파트에서는 18개월 아기가 어머니와 함께 사고 56시간 만에 구조됐다. 마살이라는 이름의 이 아이는 임신한 어머니의 모유 수유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진이 발생한지 10시간 만인 6일 오후에는 시리아 진데리스의 5층 건물 붕괴 현장에서 숨진 어머니와 탯줄이 연결된 신생아가 발견되기도 했다.
아기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몸 곳곳에 타박상과 긁힌 상처가 있었고, 체온은 35도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여아의 부모와 이들의 1남 3녀는 모두 숨졌다.
줄어드는 생존 가능성…악천후 추위와의 싸움
기적적인 생존자 구조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는 있으나, 고립된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희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노팅엄트렌트대의 자연재해 전문가인 스티븐 고드비 박사에 따르면 지진 발생 후 생존율은 24시간 이내에는 74%에 이르지만 72시간이 지난 뒤에는 22%로 뚝 떨어지며, 닷새째 생존율은 6%에 불과하다,
지난 8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켄데룬 시내의 지진 구조작업 현장에서 구조대와 시민들이 모닥불을 쬐며 추위를 녹이고 있다. 연합뉴스내전으로 기반 시설이 크게 파괴된 상황에서 강진이 덮친 시리아 북부에는 구호 손길이 미치지 못하면서 참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 전투가 가장 치열했던 곳 중 하나인 북부 알레포 주민들에게 지진으로 인한 엄청난 규모의 파괴와 공포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으며 이에 따라 주민들의 고통도 배가 되고 있다.
알레포에서만 건물 수십 채가 무너지고 360명 이상이 숨졌으며 수백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주민들이 사흘째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고 시신을 수습하고 있으나 제대로 된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내전 중인 시리아 북부엔 구호 손길 못 미쳐…시신 담을 가방도 없어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시신을 담을 가방까지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중동지부는 난방기구와 텐트, 식음료 등 생필품은 물론 시신을 수습할 가방도 부족한 상태라며 지원을 호소했다
국제 사회는 급박한 상황에 몰린 튀르키예와 시리아 북부 주민들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추가 강진과 여진으로 튀르키예 주요 도로와 교량이 무너지고 북시이라로 통하는 유일한 구호 통로도 지진으로 파괴되면서 살아남은 자들도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피해지로 통하는 튀르키예 남부 이스켄데룬 항구는 지진 때 주변 도로가 파괴되고 컨테이너가 넘어져 폭발까지 발생하는 통에 운영을 중단했다.
튀르키예의 다수 공항은 지진 발생 전 악천후 때문에 잔뜩 정체된 물자에 대처하느라 구호품을 다룰 여력이 줄었다. 구조·수색 요원을 실은 항공기가 더 급해 화물기가 차순위로 밀리면서 어려움을 더한다는 관측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 남부, 시리아 북부에서 지진의 직간접 피해를 본 인구를 2300만명으로 추산하면서 피해지에 물, 식량, 연료 등 필수품이 떨어져 생존자들이 2차 재난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